소나무로만 이루어진 숲이 더욱 멋있고 풍성하게 될 줄 알았더니 빽빽히 줄맞추어 심은 소나무들은 둘레를 키울 줄 모르고 삐쭉하게 길기만 한 소나무가 되었다. 리기다소나무는 우리나라의 고유종이 아니므로, 우리나라 토양에 적응하는데 약해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나무의 본줄기 중간에서 잎을 내면서 스트레스를 표현한다. 우리나라 땅은 산성토양이며, 산성토양일수록 잘 자라는 우리나라 소나무는 아무리 심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절대로 본 줄기에서 잎을 내는 법이 없다. 소나무등껍질 모양의 두꺼운 껍질 옷을 입고 휘영청 가지를 뻗은 멋진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지금은 재선충까지 소나무를 위협하고 있다. 자연은 스스로 조절하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아마 재선충은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내려온 존재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소나무만 한 곳에 빽빽이 심지 않았더라면 재선충에 대해 이렇게 민감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심기만 많이 심어왔다. 이제는 우리 동네와 가까운 산을 자주 찾고 누가 찾아도 상쾌하고 기분 좋은 장소가 될 수 있도록 가꾸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이제 숲에 가서는 덩쿨 식물이 너무 많이 엉켜 있으면 걷어주고, 쓰레기를 치워주고, 작은 야생화에 관심 가져주는 사랑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숲연구소 부산경남지부장 정주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