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다’는 말을 생각하면 왠지 젊음이 생각난다. 푸른 바다를 헤엄쳐 세상 반대편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은 힘찬 에너지. 젊은이의 전유물인 것만 같은 이런 푸름을 불혹을 넘긴 나이에 다시 불태우고 있는 이들이 있다.가슴 속에서 타오르는 열정으로 날개를 다시 펴고 있는 벽재국악예술단 단원들이 그 주인공이다.벽재국악예술단(단장 최찬수)은 남도민요, 삼도농악, 양반춤, 양산학춤, 굿거리춤에 이르기까지 가(歌)·무(舞)·악(樂) 종합예술로 원동매화축제, 6.25 참전기념비 기념 제막식 등 가는 곳마다 흥겨움을 나눠주며 지역 한마당 축제 대표인사로 자리잡고 있다.짧지만 깊게 내린 뿌리2006년 6월 창단된 벽재국악예술단은 겉으로 보면 그 시간이 짧은 것 같지만 그 뿌리는 9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92년 웅상 농협 문화교실이 문을 열면서 흥겨움에 목말라있던 많은 이들이 풍물반에 참가했다. 하지만 단순히 풍물만으로는 숨겨왔던 끼를 표출하는 것에 한계를 느낄 무렵 단원들은 우연한 기회에 최찬수 단장의 양산학춤과 풍물공연을 보게 됐다고. 이외숙(49)씨는 그날 이후 단원들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최찬수 단장을 찾아와 삼도농악과 굿거리춤을 가르쳐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배움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일주일에 4~5번을 웅상과 양산 시내를 왕복하며 수업을 받았다. 하지만 열정만큼 현실이 따라주지 않아 예술단이 기틀을 잡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단다.“처음에는 연습실이 없어서 농촌지도소에서 연습을 하다 양산문화원으로 옮기고 또 웅상에 있는 다도집으로 전전한 뒤 2005년에 농협문화센터에 자리잡고 예술단을 창단할 수 있었죠”다른 듯 같은 세가지 맛 춤과 풍물과 소리는 하나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최단장과 단원들은 국악이라고 풍물패 하나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예술단을 창단한 배경도 모든 영역을 아우르기 위해서라고. “춤과 풍물, 소리. 세 영역이 다 그 맛은 다르지만 서로 연관되어 있어요. 풍물은 역동적인 심장박동이 제 맛이고 춤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면서 한을 표현할 때 더 아름답죠. 소리도 오랜 수련을 통해 뿜어낼 때 전율을 느끼는 것이고요. 하지만 세 영역 모두 몸짓과 리듬, 장단을 알아야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최단장은 그 중에서도 세월이 가면서 더 아름다운 것이 전통춤이라고 말한다.
풍물은 그 역동감 만큼 체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나이의 한계를 느끼지만 전통춤은 하늘하늘 거리는 손짓 속에 인생의 고단함이 묻어날수록 더 아름답다는 설명이다.이게 바로 열정이고 신명“한참 굿거리 춤을 배울 때였는데 앞서는 의욕에 비해 실력이 안 따라주는 거예요. 그래서 쉬는 시간에 간식거리를 사러 갈때도 혹시나 나만 빼놓고 연습을 할까봐 모두 자라고 불을 끄고 갔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다들 자더니 나중에는 어둠 속에서 춤 연습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때 느꼈죠. ‘아~ 이게 열정이고 신명이구나’”
실력이 있건 없건 잘하건 못하건 서로 호흡이 너무 잘 맞아서 살맛난다는 회원들. 눈빛으로 서로 교감하며 같은 걸음으로 불혹의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