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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시가있는마을>> 완전한 사랑..
사회

시가있는마을>> 완전한 사랑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4/10 00:00 수정 2007.04.10 00:00

사랑에 빠진 벚나무는 온몸 가득 꽃숭어리를 쏟아낸다. 가지 끝마다 꽃숭어리를 내밀다 못해 굵은 몸통으로도 사랑을 쏟아낸다. 그런 벚나무가 꽃잎을 지우고 있다. 벚나무 겨운 사랑이 가느다란 바람결에도 높이 날아 고층 아파트를 넘어 하늘하늘 내린다.

사랑이라는 것이 무얼까. 사전에 찾아보니 이렇게 풀이되어 있다.
사랑 : ①아끼고 위하여 한없이 베푸는 일, 또는 그 마음. ②남녀 간에 정을 들여 애틋이 그리는 일, 또는 그 마음, 그러한 애인, 연애, 연인. ③동정하여 너그럽게 베푸는 일, 또는 그 마음. ④어떤 사물을 몹시 소중히 여미, 또는 그 마음. ⑤기독교에서, 긍휼(矜恤)과 구원을 위하여 예수를 내려 보낸 하느님의 뜻.

1m의 정확한 길이는 얼마일까? 물론 1㎝의 1백 개, 1㎜가 1천 개 이어진 길이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확하게 1m의 표준을 정해 놓아도 10조분의 1m의 오차가 발생한다고 한다. // 석 자 가웃 되는 1m의 정확한 길이는 / 빛이 진공 속에서 2억 9천 79만 2천 4백 / 58분의 1초 동안 진행된 거리라고 하는데, / 그대와 나 사이에 가로놓인 그리움의 거리는 / 베틀 위에 팽팽한 눈썹줄이 잉아에 닿을 때 / 북에서 풀리는 비단실의 떨림이라도 되는지, / 우리들 사랑의 이 영겁(永劫)과도 같이 멀기만 한 / 닿을 수 없는 허기진 목숨의 허공 속에는 / 칠월 초이렛날 미리내를 날으는 까막까치의 / 하마하마 기다리던 날갯짓 소리 가득하지만, / 내 약지를 그대의 약지에 마주 비벼서 / 10조분의 1미터의 목마름 죄다 지우고 / 운석 떨어지고 화광(化光) 박히는 우주 속에서 / 미리내를 건너는 그리움이 금빛으로 물들 때, / 아스라한 길녘 어느 1미터의 물이랑 위에 / 지필묵(紙筆墨)과 궁시(弓矢)와 실타래 가지런히 놓아서 / 애비에미 이별은 나비잠 속에서도 꿈꾸지 않을 / 외씨 같은 젖니 난 우리 아기의 첫 돌을 잡히고,

오탁번의 「1미터의 사랑」전문


허기진 목숨이 ‘완전한 사랑’을 꿈꾸어 내 약지를 그대의 약지에 마주 비빈다. 다가서지 못하는 10조분의 1미터 때문에 목말라하며 ‘완전한 사랑’을 시작하여 우리는 우리 아기로 하여 ‘완전한 사랑’을 성취한다.

시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1미터에 대한 물리학적 정의에 문학적 감수성을 교묘히 마주대고 전통설화를 차용하여 완전한 사랑의 이룸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움의 거리와 같은 정서적 거리는 석 자 가웃이라는 다소 두루뭉술한 어휘가 어울릴 법한데 1미터의 정밀한 수학적, 물리적 정의를 사용하고 있다. ‘완전한 사랑’을 꿈꾸는 시인의 마음이 그런 정밀한 언어를 쓰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1미터 속에도 10조분의 1미터의 오차는 있다고 시적화자는 말하고 있다. 그 오차를 메우고 싶은 것이 ‘우리들’ 마음이라 한다. 결국 ‘우리들’은 ‘아기’를 통해 완전한 사랑을 이룬다. 불완전한 사랑을 완전하게 이룬 결과가 ‘아기’이고, ‘애비에미의 이별을 꿈꾸지’ 않게 하는 것이 ‘아기’라는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산천은 꽃나무, 꽃나무마다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사랑, 사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내 마음 애틋한 그리움은 어디로 다 잦아든 것일까. ‘완전한 사랑’이 이미 ‘애비에미’보다 더 자랐기 때문일까. 늙은 벚나무는 아름드리 몸통에까지 꽃숭어리를 달고 있는데.

문학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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