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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제11회 구상솟대문학상 본상
한상식씨 '어떤 중매'..
사회

제11회 구상솟대문학상 본상
한상식씨 '어떤 중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4/24 00:00 수정 2007.04.24 00:00
치열한 몸부림으로 이룬 작품세계

"누군가를 닮으려는 생각은 그만 접었습니다. 한상식은 어디까지나 한상식일 뿐, 다른 그 어느 누구도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죠. 그로부터 오직 한상식만이 낼 수 있는 한상식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치열한 몸부림을 했습니다"

지난 '2005년 신춘문예'에서 수정같이 맑은 동화 '엄마의 얼굴'로 수상을 했던 그가 이번에는 우리나라 유일의 장애인 문학지인 제11회 구상솟대문학상에서 그만이 가진 섬세함과 뛰어난 표현력으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녹였다. '어떤 중매'외 2편의 시가 수상작으로 뽑힌 것이다.

심사를 맡은 김재홍씨는 "늦가을이 되어서야 배추에게 허리띠를 둘러주었다/ 금세 허리가 오드리 헵번처럼 날씬해진 배추 아가씨들/ 염고랑에 서있던 무뚝뚝하던 경상도 무 총각들이 힐긋힐긋 눈길을 주니/ 새침한 배추 아가씨들 슬쩍, 딴청을 부리며/ 넓은 배춧잎으로 내 종아리를 툭, 툭 친다"라며 시작되는 시 '어떤 중매'를 기발나면서도 참신한 의인은유를 통해 식물세계를 인간의 그것으로 치환시키는 역동적인 상상력을 구사했다고 평했다.

굳이 이런 심사평이 아니더라도 한상식, 그의 시는 슬쩍 웃음지을 수 있는 쉼표로 읽는 이의 가슴을 파고든다. 이렇게 읽는 이의 가슴에 소리소문없이 들어와 턱하니 한자리 차지하는 그의 작품세계는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시작됐다.

스무살 한창때에 형과 누나에 이어 희귀성난치질환인 근육병에 걸린 것이다. 병을 얻고 집에 들어앉아 바깥세상과 담을 쌓아야 했던 그는 책을 통해 세상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뜻하지 않은 병을 얻었지만 그 불행에 굴하지 않고 일찍이 경험한 바 없는 문학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것이 다.

"누구든지 다 제 스스로 짊어지고 가야할 삶의 무게가 있게 마련이지요. 글을 쓰면서 저는 그 무게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지닌 작가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람냄새 나는 글, 서정적인 문체의 시, 어른도 공감할 수 있는 동화를 쓰되 나만의 색깔을 지닌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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