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가구 40여명의 마을 사람들이 오순도순 하루를 열어가는 곳. 바로 동면 여락리 산지마을 사람들이다. 양산에 있는 오지마을 가운데 하나인 산지마을은 동면 가모산 자락에 있어 남락에서 이어지는 도로가 유일한 세상과의 창구인 작은 마을이다. 산새 소리를 벗삼아 이웃과 얼굴 붉힐 일없이 평범하게 살아온 이 마을에 작은 경사가 하나 생겼다. 제44회 법의 날을 맞아 경상남도와 울산지방검찰청에서 ‘범죄 없는 마을’로 선정해 표창장과 주민숙원지원비를 받게 된 것이다. 사람들의 왕래가 드문 산지마을에 무슨 범죄가 있겠냐는 당연한 의구심도 든다. 하지만 산지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2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의 행복을 이끄는 평범한 진리를 발견하게 된다. 김용곤(62) 이장은 “장수마을로 등록되지 않았지만 마을 어르신 모두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마을 대소사에 꼼꼼하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마을 일 하나하나 주민들과 상의해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전한다. 이웃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관심이 산지마을을 범죄 걱정 없는 따뜻한 공동체로 이끄는 힘인 셈이다. 김 이장은 “가구 수가 많지 않다 보니 한 집 한 집에 기울이는 관심이 부족할 경우 대번에 표시가 난다”며 고충 아닌 고충을 토로한다. 공기 좋고 물이 좋아 마을 사람 모두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산지마을 사람들은 200여m 떨어진 곳에 설치된 간이상수도 물은 아무런 정화장치 없이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간혹 장마철에 흙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아직 수질검사에서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고. 하지만 좋은 공기와 물을 곁에 두고 서로를 아끼는 마을 사람들에게도 한 가지 걱정이 있다. 마을이 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도로인 남락~산지간 도로가 현재 확장공사를 하고 있지만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공사가 중단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인구가 많지 않다보니 예산의 우선순위가 밀려 공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다. 마을 최고령자인 최윤조(87) 할아버지부터 최연소(?) 최국태(40)씨까지 마을 길이 넓혀져 편안하게 오갈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의 염원대로 빨리 마을 길이 넓혀져 ‘뜻이 있고 멀리서 보면 아름답다’는 산지마을의 유래처럼 마을 사람들의 뜻이 모여 보다 아름다운 마을로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