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으로 기억된다. 일요일 밤, 늦은 시간 ‘명화극장’에서 본 영화. 헨리 폰다, 제인 다웰, 존 캐러다인 주연의 흑백영화 ‘분노의 포도’다.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의 소설을 각색하여 만든 미국 영화였다. 대공황 때, 오클라호마에 살던 한 가족이 서부의 평원지대를 떠나 '약속된 땅'이라고 믿어졌던 캘리포니아의 과일농장으로 이주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주인공 오클라호마의 농부 톰 조드(Tom Joad 헨리 폰다 역)는 가난하지만 사회적 억압과 부정, 자본주의적 탐욕 등에 굴복하지 않는 자잘한 일상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또 한 작품, 아주 최근에 봤던 ‘향수’라는 영화도 생각난다. 독일의 얼굴없는 은둔작가로 유명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장편소설을 영화화 한 것이다. 1985년 취리히에서 처음 출판됐는데,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냄새로 세상을 보는’ 주인공 그르누이는 1738년 한여름 파리의 음습하고 악취나는 생선 좌판대 밑에서 한 여인의 사생아로 태어난다. 태어나자마자 걸레처럼 버려지지만 악착같은 생명력으로 살아남는다. 떠돌이 그루누이에게 기이하고 특별한 능력, ‘냄새맡는 능력’을 가졌다. 그는 파리의 향수 제조자인 발디니의 도제로 들어가 매혹적인 향수를 개발해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는다. 향기에 집착한 그르누이는 인간에게 사랑을 불러일으킬 꿈의 향기를 만들기 위해 연속 살인을 저지르다 결국 끔찍한 최후를 맞는다는 포스트 모던한 얘기다. ‘눈으로 보는’ 주류세상에서 ‘냄새로 세상을 보는’ 비주류, 당대의 아웃사이더 그르누이의 기이한 삶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 두 편의 영화를 기억하면서 필자는 우리나라의 6,70년대를 생각했다. ‘새마을운동’이 떠올랐고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도 떠올랐다. 농촌 중심의 사회가 급격히 도시화, 산업화 과정에서 당대의 수많은 ‘헨리 폰다’를 떠올렸다.5월 1일은 117주년을 맞는 세계노동절이다. 메이데이(May Day), 워커스데이(Workers' Day)라고 불리는 노동자의 날이다. 북미는 9월 첫째 월요일이고 유럽·중국·러시아 등은 5월 1일이다. 대한민국은 8·15광복 이후 5월 1일로 정했으나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1963년 4월 17일 공포, 법률 제1326호)에 따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창설일인 3월 10일을 근로자의 날로 변경했다. 그러다 1994년부터 다시 5월 1일을 기념하고 있다. 이번 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5.1절 남북노동자통일대회’가 남쪽에서 개최된다. 이 대회는 분단 이후 최초의 북녘 노동단체(조선직총)의 창원방문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동안 민간차원의 남북교류가 대부분 남측에서 북쪽을 방문하는 일향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근로자의 날이 자본주의의 발달, 독점자본과 국가권력에 자신의 권익을 위해 힘을 모으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됐지만, 우리의 근로자의 날은 남북분단과 통일이라는 민족의 아픔과 관련돼 그 의미가 더욱 깊다. 게다가 대회 일정에 양산의 ‘솥발산’ 방문이 예정돼 있어 더욱 그렇다. 솥발산은 박창수(1991년 5월 6일 의문의 사망, 한진중공업)로부터 근래의 남문수(2006년 9월 1일 운명, 현대자동차)까지 30여 명의 열사 및 희생자들이 묻혀 있는 노동운동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이번 ‘5.1절 남북노동자통일대회’가 ‘솥발산’ 방문을 계기로 이 산의 의미를 한번 더 생각해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