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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육의 기회균등보다 알권리가 우선인가..
사회

교육의 기회균등보다 알권리가 우선인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5/08 00:00 수정 2007.05.08 00:00

‘정의의 실현’은 법이 존재해야할 이유 중의 하나다.
최근 교육의 시장화 분위기와 함께 한미FTA 타결로 법이 사회정의 차원에서 약자를 지켜주기를 그 어느 때보다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서울고등법원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물론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까지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려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고법 특별2부(재판장 김종백)는 뉴라이트닷컴 신아무개 대표 등이 ‘수능 원데이터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를 공개하라’며 교육인적자원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수능 원데이터와 학업성취도 평가는 비공개 대상이 아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학생들의 성적이 공개될 경우 일등학교와 꼴찌학교로 서열화되어 과열경쟁과 사교육 조장, 교육과정 정상운영 저해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교육부의 우려에 대해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적 공개가 입시 현실 해법이라는 서울고법의 판단은 우리교육의 심각성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을 결여하고 있다. 법원뿐만 아니다. 교육부는 초·중·고교 학생들의 성적 등 학력 정보나 졸업생의 상급학교 진학률 등 각종 학교정보가 내년부터 1년에 한 차례씩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교육 관련 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특례법안'을 제출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초·중·고학생들의 성적과 진학률이 학교별로 비교가 가능해져 학교별, 지역별로 학력차가 드러나게 된다. 이 때문에 학교가 서열화돼 현재 금지된 고교 등급제가 무너지고 초등학교에서부터 입시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험점수로 사람의 가치까지 서열화하는 성적지상주의가 어떤 것인가는 지난날 경험에 비추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1등만 있고 나머지는 모두가 패배자가 되는 성적지상주의 경쟁교육은 학교를 살인적인 입시경쟁장으로 만들어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 낼 수 없다.

결국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성적 지상주의는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경기도 하기 전에 승부가 결정 나는 게임으로 변질돼 부모의 경제력으로 자녀의 사회적 지위가 대물림되는 교육양극화로 치닫게 될 것이다.

사교육비는 또 어떤가? 우리나라는 사교육비가 GDP대비 3%로 OECD 국가 중 1위다. 학생 1명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이 무려 38만1700원으로 학부모 60% 이상이 초·중·고생 1명당 1년 평균 사교육비로 300만원 가까이 지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당 사교육 규모가 월평균 소득의 20%나 되는 나라에서 공교육의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사교육비 부담으로 설문대상자의 57.2%가 노후 대비조차 포기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11만4천원이 지출되는 최하위 계층과 84만2천원의 사교육비가 지출되는 최상위 계층 간 경쟁을 공정한 경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법원의 이번 수능성적과 국가수준의 학력평가결과를 공개하라는 판결은 경제력과 기득권의 세습을 보장해주는 강자의 손들어주기다. 상·하위 계층 간 사교육비 지출 격차가 10배에 달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꿈을 가질 수 있는가? 교육부의 상고를 지켜보겠지만 ‘입시경쟁과 공교육 파행’이 학업성취도 공개를 못해 나타난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대법원이 가려 주기를 기대한다.

 

김용택

1945년 경북 영덕에서 태어난 그는 그 또래 사람들이 그렇듯이 6·25사변과 4ㆍ19. 5ㆍ16이라는 역사의 격변기를 겪으며 살아 왔다. 뒤늦게 교육운동에 뛰어들면서 교사가 할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깨닫고 참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

현재 김용택과 함께하는 참교육 이야기와 MBC 미디어 센터에서 ‘김용택의 교육 이야기’를 제작해 매 주 월요일 방송하고 있다. 저서는 《이 땅에 교사로 산다는 것은/도서출판 불휘》, 《현대사 자료집 /전국역사교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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