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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정하룡의 세상읽기-보고 싶은 스승님께.....
사회

정하룡의 세상읽기-보고 싶은 스승님께...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5/15 00:00 수정 2007.05.15 00:00

저는 행복합니다. 왜냐구요? 요즘같이 스승이 없다는 시대에 제게는 한 분도 아닌 세 분의 스승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어떤 스승이냐구요?

세 분의 스승을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한 분은 제게 <술 마시는 법>을 가르쳐주신 분입니다. 술이라고 해서 술잔에 달을 띄워 마셨다는 이태백의 ‘아름다운 술버릇’을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스승님은 늘 차 대신 술을 권하셨지요. 아침이면 약주를, 식사 때는 반주를, 저녁이면 조금 독한 술을 권했습니다. 자리를 파할 때면 항상 “어떤 술자리에 참석하든 항상 어른들과 함께 마신다는 생각을 하거라”고 당부처럼 말씀하셨지요.

훗날 나이가 들고서야 스승님의 그 크신 뜻을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인간의 살림살이는 크게 예(禮)와 악(樂)으로 구성되는데 예는 코스모스(cosmos)에 가깝고 악은 카오스(chaos)에 가까운 것이다. 인간이 행복해지려면 예와 악이 적당히 균형을 이뤄야 한다. 술은 무질서한 것이라 어른이 계신 곳에서 예의를 차려 조심스럽게 절제하라는 뜻이란 걸 뒤늦게 깨달은 것입니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또 한 분은 제게 <경영>을 가르쳐주신 분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지금도 경영 일선에서 정열적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분이지요. 특히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경영시스템을 창조해냈습니다.

장사를 해도, 무역을 해도 실패를 한 적이 없습니다. 책을 출판해도 소리 없이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게다가 쓰러져가는 기업에 전문경영인으로 스카웃 됐을 때도 스승님은 짧은 시간 안에 기업을 살려놓고는 했습니다. 스승님은 나를 만날 때마다 “경영이란 하늘이 내린 자원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다”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십니다만 저는 아직 그 뜻을 모르겠습니다.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울 때, 스승님이 너무 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스승 한 분은 제게 끊임없이 <열정>을 불어넣어주십니다. 마치 타는 불에 기름을 끼얹으시는 분입니다. “차갑든지 뜨겁든지 해야지 미적지근하게 살면 안 된다”고 늘 권고하십니다. 내가 힘들 때마다 미리 아시고 어김없이 찾아오시는 분입니다. 신기한 것은 만날 때마다 내가 왜, 무엇 때문에 힘들어 하는지를 훤히 꿰뚫고 계시다는 겁니다. 그러면 저는 다시 힘을 얻어 불처럼 살게 되지요. 스승님 감사합니다.

스승의 날이 되면 ‘생선을 주지 말고 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라’는 탈무드의 글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지금 시행되는 ‘7차 교육과정’은 ‘전인교육’이 아니라 ‘전문교육’이라고 요약됩니다. 인격적 존재로의 양성이 아니라 전문인을 길러, 시장에서 돈 되는 사람으로 키워야한다는 소수의 특별한 인재를 위한 교육정책입니다.

그래서 ‘8:2 사회’라는 말이 생겼지 싶습니다. 이러다간 우리 사회에 스승은 사라지고 선생만 남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그렇다고 진정한 스승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 우리 스스로가 각자의 스승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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