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 자식, 뭐 하는 짓이야? 나와!??
우리 반이 소란스러워서 나온 옆 반 선생님이었다. 난 해맑게 웃고 있는 ‘그 녀석’을 뒤로하고 복도로 불려 나갔다.뭐 하는 짓이냐고 묻는 옆 반 선생님의 물음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누가 봐도 내 모습은 ‘그 녀석’을 때리려 하는 모습이었고, 내가 ‘그 녀석’을 때리려 한 게 사실이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이놈아, 아무리 전학생이 너희랑 다르다고 해도 폭력은 안 되는 거다. 이전 학교에서도 그런 안 좋은 일 때문에 전학 왔는데, 여기서는 그런 일 없게 도와주고 잘 해줘야지. 앞으로는 그러지 말고 잘 도와주렴. 응?”선생님의 말에 나는 대충 대답하고 교실로 돌아왔다.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두 손을 모아서 다가오는 ‘그 녀석’이었다. ‘그 녀석’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조그마한 두 손에는 아까 던진 지우개 조각들이 담겨 있었다. 괜한 오기가 들었다. 정말 철없게도 내가 혼이 난 것도 모두 ‘그 녀석’ 때문인 것만 같았다.“이거 나 가지라고”
내 말에 ‘그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의 이와 같은 돌발 행동에 교실은 조용해졌다. 나는 ‘그 녀석’의 손에 담겨 있는 지우개 조각들을 집어들고 ‘그 녀석’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병신새끼”
그땐 내가 잘못한 줄도 몰랐다. 내가 ‘그 녀석’을 무시하는 것도, 내가 저를 향해 다시 던진 지우개 조각들을 ‘그 녀석’이 다시 줍는 것도, ‘그 녀석’이 아이들로부터 무시당하는 것도 모두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그 일이 있은 후, 우리 반 아이들은 나에게 ‘괴물을 물리친 영웅’이라는 칭호를 붙여 주었고, ‘그 녀석’은 전교생이 다 아는 왕따로 전락했다. 주변은 모두 변했지만 ‘그 녀석’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이 와서 저를 화풀이용 샌드백으로 여기든, 심심풀이용 장난감으로 여기든 ‘그 녀석’은 늘 한결같이 웃고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양산시보건소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이해심 고취를 위한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관내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장애인 편견해소 글짓기 대회’를 개최한 결과 응모작 운문 58편, 산문 258편 가운데 고등 산문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문희 학생의 글을 3회에 걸쳐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