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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따뜻한 봄 날씨처럼 소년들의
가슴 속에도 꽃향기가 ..
사회

따뜻한 봄 날씨처럼 소년들의
가슴 속에도 꽃향기가 일렁였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5/15 00:00 수정 2007.05.15 00:00
장애인의 날 글짓기 최우수상(고등부분)

정말로 봄이 왔다는 것이 느껴졌다. 창밖으로 보이는 봄 향기가 너무나 달콤했다. 바람결에 흩날리는 꽃잎 사이로 바보 같은 ‘그 녀석’의 모습이 떠오른다.

소란스러웠다. 어느 중학교든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창밖에는 봄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교실과 복도는 상쾌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문을 열고 복도를 쳐다보던 한 아이가 담임 선생님이 오신다는 말을 내뱉고는 허겁지겁 제자리로 돌아갔다. 담임 선생님의 발소리가 가까워지자 교실 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졌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선생님의 옆에 처음 보는 ‘그 녀석’이 있었다. ‘그 녀석’은 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다. 쭈뼛쭈뼛 담임 선생님을 따라 들어오는 ‘그 녀석’의 모습이 그땐 왜 그렇게 우스웠을까?

전학생이라는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자고 있던 아이들까지 일어나 ‘그 녀석’을 쳐다보았다. ‘그 녀석’은 고개를 한 번 들더니 다시 바닥으로 떨구었다. ‘그 녀석’은 한눈에 봐도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녀석’의 입은 닫힐 줄을 모른 채 반쯤 열려 있었고, 시선은 한 곳에 오래도록 머무르지 못했다.

담임은 ‘그 녀석’의 자리를 배정해 주고는 교실을 나갔다. 선생님이 나감과 동시에 교실은 ‘그 녀석’의 이야기로 가득 찼다. 물론 그 속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지금은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녀석’에게 욕설을 내뱉는 아이도 있었다. 자신을 욕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 지 ‘그 녀석’은 제자리에 앉아 헤헤―거리며 웃고만 있었다.

혹시 저 녀석은 웃는 것밖에 모르는 건가 하는 마음에 지우개를 조금 떼어 ‘그 녀석’의 등에 던졌다. ‘그 녀석’은 제가 지우개 조각을 맞은 것도 모르는지 웃고만 있었다. 지우개 조각을 던지는 내 모습을 본 아이들이 너도나도 지우개를 떼어내 ‘그 녀석’을 향해 던졌다. 아직 어렸던 나는 다른 아이들이 날 따라하게 만들었다는 우월감에 고의적으로 ‘그 녀석’의 머리를 향해 지우개 조각을 던졌다. 머리를 맞고서도 ‘그 녀석’은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아무 반응이 없는 ‘그 녀석’의 모습에 나는 한쪽 손을 높게 치켜들었다. 그때였다.
“너 이 자식, 뭐 하는 짓이야? 나와!??
우리 반이 소란스러워서 나온 옆 반 선생님이었다. 난 해맑게 웃고 있는 ‘그 녀석’을 뒤로하고 복도로 불려 나갔다.

뭐 하는 짓이냐고 묻는 옆 반 선생님의 물음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누가 봐도 내 모습은 ‘그 녀석’을 때리려 하는 모습이었고, 내가 ‘그 녀석’을 때리려 한 게 사실이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놈아, 아무리 전학생이 너희랑 다르다고 해도 폭력은 안 되는 거다. 이전 학교에서도 그런 안 좋은 일 때문에 전학 왔는데, 여기서는 그런 일 없게 도와주고 잘 해줘야지. 앞으로는 그러지 말고 잘 도와주렴. 응?”

선생님의 말에 나는 대충 대답하고 교실로 돌아왔다.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두 손을 모아서 다가오는 ‘그 녀석’이었다. ‘그 녀석’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조그마한 두 손에는 아까 던진 지우개 조각들이 담겨 있었다. 괜한 오기가 들었다. 정말 철없게도 내가 혼이 난 것도 모두 ‘그 녀석’ 때문인 것만 같았다.

“이거 나 가지라고”
내 말에 ‘그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의 이와 같은 돌발 행동에 교실은 조용해졌다. 나는 ‘그 녀석’의 손에 담겨 있는 지우개 조각들을 집어들고 ‘그 녀석’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병신새끼”
그땐 내가 잘못한 줄도 몰랐다. 내가 ‘그 녀석’을 무시하는 것도, 내가 저를 향해 다시 던진 지우개 조각들을 ‘그 녀석’이 다시 줍는 것도, ‘그 녀석’이 아이들로부터 무시당하는 것도 모두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우리 반 아이들은 나에게 ‘괴물을 물리친 영웅’이라는 칭호를 붙여 주었고, ‘그 녀석’은 전교생이 다 아는 왕따로 전락했다. 주변은 모두 변했지만 ‘그 녀석’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이 와서 저를 화풀이용 샌드백으로 여기든, 심심풀이용 장난감으로 여기든 ‘그 녀석’은 늘 한결같이 웃고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양산시보건소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이해심 고취를 위한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관내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장애인 편견해소 글짓기 대회’를 개최한 결과 응모작 운문 58편, 산문 258편 가운데 고등 산문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문희 학생의 글을 3회에 걸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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