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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따뜻한 봄 날씨처럼 소년들의
가슴 속에도 꽃향기가 ..
사회

따뜻한 봄 날씨처럼 소년들의
가슴 속에도 꽃향기가 일렁였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5/22 00:00 수정 2007.05.22 00:00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녀석’이 아직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버둥거릴 때 나는 우연히 ‘그 녀석’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문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교무실에 숙제를 가져다 놓아야 했다. 정말 완연한 봄이 되자 몸이 괜히 나른해짐에 심부름을 ‘그 녀석’에게 시킬까 했지만 되려 나만 더 혼날 것 같아서 양손에 공책을 안고 교무실로 향했다. 한창 꽃이 필 때라서 그런지 교무실은 조용해 보였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교무실 문을 여니 조용조용한 목소리가 교무실에서 울리고 있었다.

“최 선생반에 전학 온 걔 어때???”
“아유, 말도 마세요. 하필 우리 반으로 와서는……. 애가 사교성도 없고, 그렇다고 애살 있게 구는 것도 아니고, 그냥 웃기만 해요. 또 웃는 것도 억지로 웃는 느낌이랄까요.??”
“정신지체 2급이랬나???”
“네. 언어장애도 있어서 말도 못해요??”
“최 선생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네??”
“그러게요. 부모도 애 버리고 도망가 버리는 바람에 할머니랑 둘이 사는 거래요. 어쩌다 저런 애를 맡아서는……. 어휴, 제가 얼마나 힘들다구요. 어쩌다 저런 애가 우리 반으로 전학 와서는……. 가끔 그 애가 빤히 쳐다보면서 웃는데……, 얼마나 소름이 돋던지……??”

나는 더 이상 그 대화를 듣고 싶지 않았다. 본의 아니게 듣게 된 이야기는 날 너무 불쾌하게 만들었다. 난 일부러 인기척을 내고 교무실로 들어가 공책을 한문 선생님의 자리에 올려놓고 나왔다. 담임 선생님이 날 보고 인사했지만 난 그 인사도 무시한 채 교무실을 뛰쳐나갔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그 때 그런 사소한 일로 왜 화를 낸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나는 그 길로 교실로 달려가 ‘그 녀석’의 앞에 섰다. ‘그 녀석’은 제자리에서 날 올려다보았고, ‘그 녀석’을 괴롭히던 아이들은 내가 이번엔 어떤 방법으로 ‘그 녀석’을 괴롭힐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 녀석’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그 녀석’의 멱살을 잡고 자리에서 일으켰다. 아이들이 지르는 환호성이 들려 왔다. 내가 일으킨 ‘그 녀석’은 나에 비하면 턱없이 작았다. 그때는 계속해서 웃고만 있는 ‘그 녀석’의 모습에 너무 화가 났었다. 나는 ‘그 녀석’과 눈을 마주하고 소리를 질렀다.

“너 바보야? 병신이야? 왜 주변에서 그런 말 하는데도 웃어? 너 계속 그런 취급 받으면서 살 거야? 싫으면 싫다고, 하지 말라고 말해야 할 거 아니야. 쟤들이 욕하면 욕하는 대로, 때리면 때리는 대로 맞기만 할 거냐고. 그게 좋냐? 사람이면 화를 내야 할 거 아니야. 이 병신아. 니가 그렇게 바보같이 웃고 있으면 누가 도와준대? 니가 그렇게 웃어대서 하늘이 퍽이나 감동했겠다? 어??”

너무 화가 나서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횡설수설했다. 얼굴에 열이 확 달아오르더니 눈앞이 흐리게 보이고, 눈가가 뜨겁고, 따가웠다. ‘그 녀석’의 얼굴 위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그 녀석’은 멀뚱멀뚱 나만 쳐다봤다. 교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모든 아이들이 나와 ‘그 녀석’을 쳐다보고 있었다.             

효암고 3학년 1반 문 희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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