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요에 비해 좁고 낡은 청사 공간을 해결하기 위해 계획한 '신청사 매입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 지난 25일 시에 따르면 경매에 들어간 북정동 메디컬센터 건물이 부산 모 의료재단 관계자에게 68억1천900만원으로 최종 낙찰되었다는 것이다. 지하 1층, 지상 9층 규모인 메디컬센터는 병원 용도로 건립되었으나 임대와 분양이 저조해 부동산신탁회사의 경매 처분을 받으면서 시가 부족한 청사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71억여원의 예산까지 편성하면서 매입 의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민간 건물 경매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여론과 세입자들의 처분 문제가 맞물려 조심스럽게 진행해오다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난 것이다. 시 관계자는 "세입자 문제를 건물주가 해결하지 못해 건물 매입 이후 시가 주민들을 상대로 분쟁에 휘말릴 우려가 있어 경매에 응찰하지 않고 있었다"며 "최종 유찰될 경우 건물주의 협의로 수의계약을 체결하려고 했지만 마지막 경매에 낙찰돼 사업 추진이 불투명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청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는 별관 증축, 청사 신축 등의 계획을 수립해 왔지만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시청 주차장 부지를 활용해 오는 2009년까지 지하 1층, 지상 12층, 연면적 8천여평 규모의 신청사를 건립한다는 계획을 용역비 1억3천만원을 들여 마련하기도 했지만 청사정비사업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번 신청사 매입 계획 역시 예산까지 수립해놓고 무산되자 시의 예산 편성과 실행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구체적 계획 없이 즉흥적인 아이디어로 시정이 운영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신청사 매입을 통해 북정동 일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돕는다는 취지 역시 인근 상인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렸지만 매입이 무산되면서 실망감으로 변했다. 신아무개(36)씨는 "북정동에 시청이 들어온다고 해서 기대가 높았는데 무산되었다고 하니 행정에 대한 불신감을 감출 수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