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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상도를찾아서] 전문성을 갖춘 신뢰와 믿음의 경영..
사회

[상도를찾아서] 전문성을 갖춘 신뢰와 믿음의 경영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5/29 00:00 수정 2007.05.29 00:00
한창진공 최재진 대표

한창진공 최재진(45.사진) 대표를 만났다. 진공펌프 기술자 20년, 기술적인 부분에서 베테랑인 그가 경영에 뛰어든 것은 불과 3년 전. 경영자로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최 대표를 만나 새내기 경영인이 생각하는 상도에 대해서 들어봤다.

'필연'이 돼 버린 '우연'
진공펌프 국산화에 매력

일생의 업이 돼버린 진공펌프와 최재진 대표와의 만남은 한마디로 '우연'으로 시작됐다. 군대를 전역하고 부산에 있는 누나 집에 유람삼아 놀러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 것이 그대로 인생을 바꿔버렸다.

천안에서 다니던 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중퇴하고 부산에 놀러와 우연히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평생의 업이 되고 같은 고향 출신 아내를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다니 이만 하면 '우연'이 아닌 '필연'이 아닐까.

최 대표가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진공펌프 제작을 직업으로 삼은 데는 이유가 있다. 당시만 해도 전부 외제였던 진공펌프를 국산화 하는데 큰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국산 진공펌프가 많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진공펌프라고 하면 으레 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외국 제품을 분해해서 재조립하고 모방하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국산화 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됐습니다"

시대적 상황도 맞아 떨어졌다.
"지금이야 이 업종이 3D업종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산업 일꾼 육성이다 뭐다 해서 대접받던 일이었죠"
이렇게 진공펌프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최 대표는 일을 하면서 자신의 회사를 경영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월급쟁이를 하면서도 경영자의 입장에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몸은 피곤하지만 꿈을 위해서 꿋꿋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최 대표가 한창진공을 경영하게 된 것이 3년 전.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려웠다는 최 대표는 마침내 '경영'이라는 꿈을 이룬 것이다.
"남자로 태어나서 경영은 꼭 한번 해봐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말이죠"

상대를 배려하는 경영원칙
기술자 출신 장인정신 바탕

최 대표는 한창진공 경영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
첫 번째가 '거래처에 피해를 주지말자'이고, 두 번째가 '내가 굶는 한이 있어도 직원들 임금은 미루지 말자'였다. 최 대표가 세운 원칙은 아직까지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

"거래처에서 받을 것은 많지만 줄 것은 없습니다. 지금 당장 거래처가 어렵더라도 믿고 기다리는 거죠"
최 대표의 이런 원칙을 지키는 데는 가족들의 지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 뒤에 아내가 오히려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사업을 하면 집에서 내조를 하는 모습과는 정반대죠. 그만큼 위안도 되고 고맙기도 합니다"

최대표가 이런 원칙을 세운 데는 이유가 있다. 비록 회사 규모는 크지 않지만 회사에 딸린 직원들만큼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창진공은 본사 공장 외에 서울, 부산, 울산, 대구 등에 영업소를 가지고 있다. 한창진공 영업소는 여러 가지 브랜드를 판매하는 타 영업소와 달리 자체 브랜드만 판매하기 때문에 공장에 문제가 생기면 영업소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최 대표는 기술자 출신 경영인답게 화려한 마케팅적 지식보다 기술자로의 묵묵한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경영을 추구한다. 전문 경영인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을 신뢰와 믿음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전문 경영인보다 마케팅 능력이라든가 교섭, 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거래처와 한 번 관계를 맺으면 전문 경영인들에게는 없는 기술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습니다. 그것이 기술자 출신 경영인의 장점이죠"

사실 급박하게 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경영자가 가지는 장인정인은 손해로 다가오는 경우도 많다.

최 대표는 전문 경영인들은 수지타산을 점쳐보고 손해라고 생각되면 사업을 진행하지 않지만 기술자 출신 경영인들은 기술을 잘 알기에 오히려 손대면 손해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신뢰와 믿음은 거래처에서 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최 대표를 아는 사람이라면  기술자 출신이라 누구보다 펌프에 대해 잘 알기에 이것저것 참견을 많이 할 것이라는 편견은 없다. 오히려 직원들에게 전혀 간섭을 하지 않는다. 직원들 모두가 10년이 넘은 베테랑이어서가 아니라 '가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자 기술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새로운 도전
 
 한창진공이 가지는 기술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비록 마케팅 능력에서는 뒤쳐질지 모르지만 기술에서는 앞선다는 자부심이다. '펌프 소리만 들어도 어디가 문제인지 안다'는 최 대표의 말에서 강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느껴진다.

이런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창진공은 지역 중소기업으로는 보기 드물게 자체 브랜드로 펌프를 수출한다. 지금은 비록 직접 수출이 아닌  제품의 부속품으로 수출하는 간접수출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최근 중국과 베트남에 사업소를 열고 직접 수출에 대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는 한창진공의 기술력과 최 대표의 비전이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국내 현재 제조업은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조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또 앞으로도 상당수 제조업이 축소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시기만 잘 견뎌낸다면 10년 안에 제조업에 다시 한 번 호황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과 동남아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머지않아 대한민국 바람이 불 것입니다"

한창진공은 현재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울산화력발전소에 펌프를 납품하고 성능 테스트를 받고 있다. 외제만 사용하던 대형 펌프 시장에 자체 기술로 만든 펌프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우리가 만든 펌프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돈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일종의 도전이고 시험인 셈이죠. 저는 50%의 가능성을 보고 시작했지만 주위에서는 0.2%라고 말하더군요. 실패한다는 거죠. 하지만 두렵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한번 겪어야 될 일이고, 문제가 발견되면 다시 고치면 되는 일이니까요"

한 단계 한 단계 올라서고 있지만 최 대표의 소망은 소박하다. 현재 공장을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공장용지를 구입해 자가 공장을 만드는 것이다. 직원들이 나이를 먹어도 직장 걱정을 하지 않는 공장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직원들과 함께 공장 한 쪽에 텃밭을 가꾸면서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함께 생활했으면 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나이를 먹어서 요양시설에 갈 필요 없이 서로를 보살펴 주면서 말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더 열심히 일해야겠죠" 

직원들과 함께 '일터'가 '삶터'를 만들어 가는 것이 그의 꿈인 것이다.   

 

진공펌프 선두주자 '한창진공'

웅천면 고연공단에 있는 한창진공(www.hcvp.co.kr)은 1975년 창립 이래 진공펌프 개발에만 전력을 다해온 진공펌프 전문 업체다. 특히 국내 최초로 독자기술로 수봉식 진공펌프를 생산해 냈으며, 국내는 물론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 자체 브랜드를 단 진공펌프를 수출하고 있다.   
또 진공펌프 설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진공 시스템의 설계부터 제작과 설치까지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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