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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따뜻한 봄 날씨처럼 소년들의 가슴 속에도 꽃향기가 일렁였..
사회

따뜻한 봄 날씨처럼 소년들의 가슴 속에도 꽃향기가 일렁였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5/29 00:00 수정 2007.05.29 00:00
장애인의날
글짓기 최우수(고등부문)

나는 ‘그 녀석’의 손을 붙들고 무작정 교실을 뛰쳐나가 학교를 벗어났었다. 처음으로 무단조퇴라는 것을 했다. 그땐 그냥 ‘그 녀석’을 교실에 두고 나오기가 싫었다. 또 아이들이 ‘그 녀석’을 괴롭힐 거란 생각에 가슴속이 답답하게 조여 왔었다.

학교에서 나온 나와 ‘그 녀석’은 갈 곳이 없었다. 무작정 뛰쳐나온 터라 가방도, 지갑도 모두 학교에 있었다. ‘그 녀석’은 내 손을 꼭 붙들었다. ‘그 녀석’의 손은 엄마의 것보다 더 뜨거웠다.

그 날 학교가 마칠 시간이 될 때까지 ‘그 녀석’과 나는 아무 대화도 없이 손을 잡고 거리를 돌아다녔다. 땅거미가 질 때 즈음 나는 ‘그 녀석’을 집까지 데려다 주었고, 집으로 돌아갔다. 물론 내가 집으로 돌아간 후에 부모님께 된통 혼이 난 건 당연했다.

그 뒤로 나는 늘 ‘그 녀석’과 함께 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이 손가락질해도, 지나가면서 수근거리든, 들으라고 욕을 하든 나는 늘 ‘그 녀석’의 곁을 지키며 함께 했다.
중학교를 졸업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 녀석’의 곁을 지켜 주고 있다. 아니, ‘그 녀석’이 나를 지켜주고 있다.

‘그 녀석’은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고, 제 할머니와 함께 있기로 했다. 나는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 ‘그 녀석’과 함께 했다. 그 녀석은 늘 내가 기쁠 때 함께 기뻐해 주고, 내가 슬플 때 함께 슬퍼해 주었다.

나는 ‘그 녀석’을 지켜 준다는 핑계로 ‘그 녀석’과 함께 있으며, 오히려 ‘그 녀석’의 도움을 더 많이 받았다. 사람이 언제 행복감을 느끼는지도 알게 되었고, 사랑이 어떤 것인지도 알게 되었다.
어느 샌가 ‘그 녀석’에 대한 내 생각들이 바뀌었고, ‘그 녀석’과 나는 서로의 일부가 되었다. 나는 ‘그 녀석’을 지켜 주고, ‘그 녀석’은 나를 지켜 주게 되었다.

창밖에 꽃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흩어져 내린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는 꽃을 보다 문득 ‘그 녀석’이 떠오른다. 유난히 봄꽃을 좋아하는 ‘그 녀석’이 꽃을 보며 세상에서 제일 환한 미소를 띄울 얼굴이 생각난다.

내 마음 속에도 꽃이 피고, ‘그 녀석’의 마음속에도 꽃이 피었다. 내 마음 속에도, ‘그 녀석’의 마음속에도 세상에서 제일 달콤한 봄내음이 풍긴다.

효암고등학교 3학년 1반 문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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