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한참을 생각하던 할머니는 “맛 좋데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인다.지난 20일, 상북면 경로잔치에서 효자상을 받은 이만우씨 가족을 만났다.
“정정하시던 어머니가 3년전부터 하체를 못쓰시더니, 지금은 거동은 커녕 혼자서 앉을 수도 없어요. 당뇨도 있고 신장도 좋지 않아 걱정이지만 그래도 말귀를 알아듣고 느리지만 말씀도 조금씩 하시니깐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고정수입이 없는 이씨는 겨울에는 군고구마 장사를, 부인 서씨는 양산자활후견기관 학교 환경 개선사업의 일을 맡아 초등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다.
“살림이 어려워 나가서 일은 해야 하고 어머니를 돌봐줄 사람은 없어서 얼마전 한달정도 가까운 요양시설에 어머니를 위탁한 적이 있었죠. 그런데 그 후 어머니의 기력이 더욱 약해지고 살이 빠져서 다시 집으로 모셨습니다”공사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이씨는 점심때마다 집으로 와서 어머니 죽을 챙겨드리고 기저귀를 갈아드린다.“저보다 안사람이 더 고생이 많습니다. 일하러 나가기 전에 매일 어머니 죽 끓여놓고 1시간 간격으로 드실 미숫가루, 요플레를 준비해 놓고 갑니다. 또 오래 누워계시는 어머니가 욕창이 생길까 매일 아침마다 따뜻한 물에 수건을 적셔 몸을 닦아 드리고 파우더를 바릅니다. 목욕탕도 좁아서 일주일에 두 번 목욕 씻기는 게 여간 힘든게 아닌데 묵묵히 어머니를 돌보는 아내에게 늘 고맙습니다”이에 부인 서씨는 어머니와의 정은 남다르다며 지난날의 세월을 회상해 본다.
“어머니 역시 치매걸린 시어머니를 십여년이나 모셨어요. 그래도 저는 어머니가 정신만은 건강하시니깐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시집온 지 15년 된 서씨는 예전에 식구들이 모두 한 방에서 지낼 때가 생각난다 한다.
“저희 어머니가 남편을 가졌을 때 큰 딸과 함께 임신을 하셨대요. 그래서 저희 남편과 조카가 나이가 같아요. 어머니께서는 부끄러워 집 밖으로 한동안 못나가셨던 적도 있으셨대요. 그 얘기를 듣고 어찌나 우스웠던지. 밭에서 일을 하고 돌아오는 날이면 늘 어머니와 막걸리를 한잔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누구보다 어머니와의 정이 두터웠던 서씨.
얘기하는 데 한참이 걸리시는 어머니가 얼마전에는 ‘애미야. 내 때문에 고생많제?’라고 말하시는 데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제 힘 닿는 날까지 최선을 다할 꺼에요”어머니가 하루빨리 기운을 차려 휠체어 타고 가까운 곳으로 바람 쐬러 나가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그들.바람이 선선히 불던 그날. 할머니의 손에 쥐어 든 막걸리의 탈을 뒤집어 쓴 요구르트에 코끝이 찡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