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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신이 허락한 자만이 정상을 밟을 수 있다"..
사회

"신이 허락한 자만이 정상을 밟을 수 있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6/04 00:00 수정 2007.06.04 00:00
◆ 이상배, 양산인 최초 초모랑마 등정 성공
3수만의 성공,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달 17일 초모랑마(티벳말로 에베레스트)의 하늘이 푸른 빛을 더하며 한 사람의 발길을 받아 들이고 있었다. 해발 8천848m,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 초모랑마의 정상에 양산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발을 내딛은 이상배(54)씨.

이미 지난 2000년, 2006년 두 차례 실패를 경험한 이씨는 정상 공격에 앞서 심적 부담감이 컸었다. 이번 등정을 앞두고 처음에는 컨디션 난조로 어려움을 겪으며 마지막 해발 8천300m에 마지막 캠프를 차리고 하룻밤 비박(텐트없이 침낭에서 자는 비상노숙)을 하기까지 정상 정복에 대한 두려움은 켜져만 갔다.

하지만 17일 아침 정상 공격을 위해 나선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이미 오랜 기간 산악인으로 고산등정을 해온 몸이 마지막 순간 고산 적응을 하면서 컨디션이 회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오랜 기간 7천m 이상 고산을 등산한 것이 체질을 고산에 어울리도록 변화시킨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이씨는 이번 정상 정복 과정에서 어려운 점을 물었을 때 이처럼 대답했다.

초모랑마의 정상을 밟기 전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지만 막상 정상에 오르고 나니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그저 발 아래로 펼쳐지는 끝없는 산자락들만 눈에 들어왔다고.

"초모랑마의 정상은 기술과 체력만 있다고 허락되는 곳이 아니다. 신이 허락한 사람만이 정상을 밟을 수 있다"

양산 사람으로 최초로 초모랑마의 정상에 오른 이씨는 운이 좋았다며 초모랑마가 자신을 받아들여 준 것에 대해 감사했다. 그의 3번째 도전만의 성공을 축하라도 하듯 정상의 날씨는 보기 드물게 화창했다.

왜 산을 오르느냐는 산악인이라면 한번쯤 받아봤을 법한 질문을 던지자 "왜 산을 오르냐는 질문은 왜 사느냐와 같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단순한 취미가 아닌 바로 나의 삶 자체다"라고 말한다.

"산을 오르는 과정은 인생과 같다. 정상은 끝이 아니라 반환점이다. 오히려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일이 더욱 중요한 것은 인생과 닮은 점이 많다"

이씨는 지난해에도 초모랑마 원정대를 이끌고 정상에 도전했지만 80여m를 앞두고 실패를 경험해야 했다. 그는 이번 성공에 대해서도 "보통 외국에서는 정상 도전에 대해 정상 정복 자체에도 의미를 두지만 산을 오르내리는 모든 과정에 의미를 둔다. 따라서 성공과 실패 2분법적인 판단에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라고 도전의 의미를 설명한다.

이번 도전에 도움을 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특히 양산의 등산문화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한다.

"이번 정상 정복으로 등산의 기쁨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길 원한다. 앞으로 등산교실, 환경교실 등의 활동을 통해 등산 문화의 저변을 넓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편 채 여독이 가시지 않은 그는 이미 다음 등정을 준비하고 있다. 히말라야 산군이 비교적 국내에 많이 소개된 반면 안데스 산맥의 산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생각한 그는 이제 도전의 발길을 남미 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 그동안의 등정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산악인들이 함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책을 출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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