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으로 맺어진 끈끈한 가족“우리는 볼링으로 맺어진 대가족이랍니다”
김진숙 총무는 피보다 더 진한 것이 ‘볼링사랑정신(?)’이라고 말하며 20명이 넘는 대가족을 자랑한다. 짧게는 7년부터 길게는 20년간 함께 공을 잡아왔기에 정말 가족과 같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부부팀이 3팀이나 있기 때문에 분위기는 더욱 화목하다고. “부부싸움을 한 날이면 약속이나 한 듯 볼링을 치러 오죠. 부부가 함께 운동을 하면서 땀을 흘리다보면 언제 싸웠냐는 듯 다시 웃음꽃이 핍니다. 반면 서로 자기가 잘친다고 우겨서 부부싸움을 할때도 있긴 하지만요”자이언트 볼링동호회는 2001년 12월에 창단했다. 그 뒤 해마다 시장배, 협회장배 우승을 하며 전 시대표 선수가 3명, 현역으로 활동하는 선수도 1명이나 되는 등 실력 또한 열정못지 않다. 묵묵히 산길을 걷는 등산가의 마음“볼링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운동이라기보다는 정신수양을 하는 도에 가까워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대방의 실수에 기뻐하지 않고 그저 홀로 묵묵히 산길을 걷는 등산가의 마음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조영도(48) 회장은 이러한 매력 때문에 볼링사랑 인생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만이 스트라이크를 칠 수 있다고. 그래서 아마추어가 프로를 이기고 여자가 남자를 이기는 이변이 자주 일어날 수 있는 것이 볼링의 색다른 매력이라고 알려준다. 공을 잡은지 1년쯤 되는 한백열(31) 회원은 “에이,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에 던진 공이 십미터도 못 굴러가서 가터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단다. 평소에도 농구, 배구 등 운동이라면 자신있었던 그는 시간이 지난 뒤에야 볼링은 경솔한 마음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그저 볼링공과 하나됨을 느끼고 싶었던 그는 지난해 11월, 내친 김에 볼링강사자격증까지 따서 이젠 어엿한 강사가 됐다. 그에게 볼링은 이젠 뗄레야 뗄 수 없는 마음수양운동이다.볼링을 치며 배운 인생관 구력이 7년은 넘은 회원들은 볼 굴러가는 모양과 각도만 보아도 스트라이크인지 몇 번 핀이 남을지 대충 알만큼은 되었다. 하지만 볼링을 처음 시작할 때나 풀 수 없는 물음표 하나가 따라다닌다고 입을 모은다. 분명 스트라이크가 나올 만큼 모든 것이 완벽한데 전혀 예기치 못한 핀 하나가 눈을 말곳말곳 뜨고 살아남아 쓰러진 핀들을 도도하게 내려다보며 빗나간 볼링공을 비웃고 있을 때다. 아마도 그건 미쳐 아무도 보지 못한 자만심과 욕심이 공과 함께 굴러갔기 때문이라고 회원들은 말한다.볼링공의 거센 소용돌이 속에서도 까딱까딱, 무게중심을 잡으며 서있는 한 핀을 바라보면서 사람 사는 것을 배운다. 남이 쓰러질 때 쓰러지는 것은 겸손을 아는 자세다. 하지만 남들 다 쓰러질 때 쓰러지지 않는 것은 자존심을 지킨 용기다. 인생이 모두 한방 스트라이크로 끝나버리면 재미가 없을 거라는 회원들.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볼링 핀 하나에서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