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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사설모의고사, 학교는 아직도 치외법권 지대인가..
사회

사설모의고사, 학교는 아직도 치외법권 지대인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6/04 00:00 수정 2007.06.04 00:00

‘학습자의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활동’을 교육이라고 한다면 이를 위하여 교육목표는 올바르게 설정되었는 지, 목표실현을 위한 교육의 계획과 과정은 적절한 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교육의 목표가 제대로 성취되었는지를 확인·판단하는 과정을 교육평가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평가가 ‘학습결과를 진단·확인하고 그에 관한 치료와 처방을 제공’해 주지 못하고 학습자의 동기유발이나 교사 자신을 반성하고 평가하는 기능을 할 수 없다면 평가란 시행할 의미도 가치도 없다. 그런데 지금 인문계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설모의고사는 과연 이러한 평가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가?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1, 2학기 학력평가와 전국연합학력평가, 사설모의고사까지 합하면 한 학년에 한 달 내내 시험을 치르는데 시간을 뺏기고 있는 셈이다. 아니 정규수업시간을 빼고 야간자율학습이니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들은 대부분 시험 보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으니 인문계 고교는 교육장이아니라 시험장이라도 된 느낌이다.

‘객관식 성적은 부모들의 소득에 비례하고 주관식은 부모들의 소득과 관계없이 아이들의 실력에 비례 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삼일운동이 일어난 년도를 묻는 객관식 시험에서 (1)1920년 (2)1919년 (3)... (4).... 중 고르라고 한다면 학원에서 유사한 문제를 찍어본 아이들이 잘 맞추겠지만 삼일운동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설명하라고 한다면 유관순 일대기를 읽은 아이들이 더 유리할 것이다.

학교는 교육을 하는 곳이다. 그런데 교육의 목표가 전인교육이 아니라 일류대학 진학에 있다면 교육다운 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학교가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못한다면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배울까? 마찬가지로 시험이 교육목표가 된 학교에서는 지식의 량으로 우수학생과 열등학생을 골라 서열을 매기는 평가에 우선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을 반증이라도 하듯 교육부가 불법이라고 금지한 사설 모의고사를 학교는 버젓이 치르고 있고 이를 감독해야할 교육청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행 규정에는 1· 2학년은 연 4회, 3학년은 6회로 못 박고 있지만 많게는 연간 20회 가까운 사설모의고사를 시행하고 있다.

사설모의고사는 불법이다. 1999학년도에는 중학교 전학년, 고교 1학년까지 전면 금지하고, 고교 2학년은 1회, 고 3학년은 2회까지 허용했던 사설모의고사는 다음 해에는 중학교 전학년, 고교1, 2학년, 그 다음해인 2001학년도에는 중, 고 전학년에 사설모의고사를 전면 금지시키는 대신 2002학년도부터는 1· 2학년은 4회, 3학년은 6회로 전국모의고사를 확대실시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 중에는 사설모의고사가 자녀들의 성적향상에 도움이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 사설모의고사는 부교재채택비리와 함께 끊임없이 리베이트 의혹을 받고 있다. 전교조를 비롯한 참교육학부모와 같은 단체가 사설 모의고사를 쳐서는 안 된다는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앞에서 지적한바와 같이 사설모의고사는 분명히 교육부가 금지한 불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사설모의고사를 치르고도 교육청에는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는가 하면 학교명이 아닌 사설학원 이름으로 시행하기도 하고 출석부까지 수업을 한 것으로 허위 기록해 공문서까지 위조하고 있다.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교육과정은 법이다. 연간 실시해야할 교육과정운영을 무시하고 교육과정정상화에 역행해 공교육을 파행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설모의고사가 성적향상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사교육을 부추기고 다수의 학생들에게 좌절과 실망감을 안겨 주고 있는 것이다.

시험을 많이 치면 성적이 올라간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사설모의고사는 상위 30%의 학생들의 백분위 평균 75점을 기준으로 출제하기 때문에 모의고사에 참가한 학생들은 평가 결과에 대해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보다는 절망감과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치열한 서열화 경쟁에서 결국 상위 5% 정도의 학생들만 도움이 될 자료를 얻기 위해 사설모의고사는 실시한다는 것은 시간 낭비다. 지금은 사설모의고사의 불법시비를 가릴 것이 아니라 학교가 정상적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할 때다. 다수의 학생들이 서열화에 희생양이 아니라, 다양한 소양과 적성에 따라 주체적 삶을 살 수 있도록 학교는 희망을 주는 교육을 해야 한다.

 

김용택

1945년 경북 영덕에서 태어난 그는 그 또래 사람들이 그렇듯이 6·25사변과 4ㆍ19. 5ㆍ16이라는 역사의 격변기를 겪으며 살아 왔다. 뒤늦게 교육운동에 뛰어들면서 교사가 할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깨닫고 참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
현재 김용택과 함께하는 참교육 이야기와 MBC 미디어 센터에서 ‘김용택의 교육 이야기’를 제작해 매 주 월요일 방송하고 있다. 저서는 《이 땅에 교사로 산다는 것은/도서출판 불휘》, 《현대사 자료집 /전국역사교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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