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새로운 관광 흐름에 눈을 뜨다
3. 농촌관광, 품격을 높여라
4. 희망은 바로 당신, 지역주민이 경쟁력중화학공업 중심의 성장 전략으로 황폐해진 우리 농촌에 1990년대 이후 WTO 체제 출범은 농업 시장 개방화라는 뜨거운 화두를 안겨 주었다. 특히 올해 한미FTA 체결은 농촌이 ‘더 이상 사람 살기 어려운 곳’이라는 절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촌은 인구 유출, 고령화, 농업생산물 경쟁력 약화 등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촌관광은 최근 웰빙 열풍과 더불어 농촌지역에 새로운 희망을 주는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양산의 경우에도 농협이 지원하는 팜스테이 마을이 동면 법기수원지마을, 상북 소석마을, 원동 배내골마을 등 3곳에서 운영 중이며, 올해 원동 배내골 쌍포권역(내포, 영포, 대리, 선리)은 농림부가 지원하는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 대상지로 선정되어 앞으로 5년간 70억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종합농촌관광사업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제 첫 걸음을 내딛으며 농촌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기 위해 노력할양산지역 농촌관광이 고민해야 할 과제를 지난 5월 10일에서 18일 동안 농촌관광 선진국인 일본 큐슈 지역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결과를 바탕으로 4회에 걸쳐 보도한다. -----------------------------------다랭이논을 시작으로 보물찾기 나선 우키하 마을
지역 전체의 자원을 하나로 묶어 경영전략 수립“다들 보잘 것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 다랭이논을 보기 위해 도시 사람들이 몰려 오는 것을 보고 주민들이 다시 마을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일본 후쿠오카현 우키하시 농림상공관광과 산촌진흥계 야마자키 계장은 일본 농촌관광을 취재하기 위해 우키하시를 찾은 기자에게 이미 언론에서 여러번 소개된 바 있는 우키하시 다랭이논(계단식논)을 ‘보잘 것 없는 것’이라는 표현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설명이 이어지면서 그의 표현은 겸손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이내 알 수 있었다. 우키하시는 해발 600~800m의 산으로 둘러싸인 산간지대와 아소산에서 발원한 치쿠고강이 흐르는 평야지대로 나뉘어진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다. 평범한 농촌지역인 우키하시가 일본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농촌관광지역으로 손꼽히게 된 것은 무엇보다 다랭이논의 힘이 컸다. 평야지대도 아닌 산간지역에 만든 다랭이논은 기계화 영농이나 용수 확보가 불리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우키하시로 불러들이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지역자원의 새로운 발견우키하시의 다랭이논은 농업 용수를 유지하기 위해 주민들이 전통적으로 논두렁에 피안화(彼岸花)라는 다년생 식물을 심어 논두렁에 구멍을 파는 두더지를 막아 왔다. 피안화의 뿌리에서 분비되는 독성물질이 두더지의 접근을 막아 논두렁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우키하시 주민들에게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 다랭이논의 풍경은 피안화의 꽃이 피는 9월이면 붉은 색의 꽃과 황금색의 벼가 어우러지는 멋진 모습으로 변한다. 농촌관광을 시작하기 전까지 다랭이논의 풍경은 주민들에게는 보잘 것 없는 것일 뿐이었다. 하지만 1995년부터 시작된 우키하 농촌관광사업을 통해 주민들에게 당연한 풍경이었던 다랭이논은 지금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픈 명소로 의미를 달리 하고 있다. 우키하시의 새로운 지역 경쟁력을 마련하기 위해 주민 120여명으로 구성된 ‘우키하 그린투어리즘 연구회’는 우키하시가 내세울 만한 자랑거리를 고민하던 중 지금까지 주민 가운데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던 다랭이논의 풍경을 지역의 보물로 재발견하게 된다. 1995년 처음 열린 ‘우키하 다랭이논 피안화 축제’는 태풍으로 하루 밖에 개최하지 못했지만 다음 해 열린 축제에는 일주일동안 6천500여명의 관광객이 다랭이논의 풍경을 즐기고 갔다. 그 후 1999년 일본 아름다운 마을 경관 콘테스트에서 ‘마을만들기 대책추진본부장상’을 수상했고, 그 해 7월에는 일본다랭이논백선에 선정되어 우키하시 뿐 아니라 일본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잡게 되었다. 지난해 축제에는 3만2천여명의 관광객이 다랭이논의 풍경을 즐기기 위해 몰려들었다. 야마자키 계장은 축제의 성공을 통해 얻게 된 가장 큰 수확은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의 자신감이라고 설명한다. 계속되는 보물찾기
도시민의 호응을 얻다우키하시를 관광객들에게 알린 것은 물론 다랭이논이다. 하지만 다랭이논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는 우키하 주민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또 다른 보물이 없을까 하는 고민으로 이어졌다. 우키하 주민들은 스스로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 있는 장소, 인물, 물건 등 모든 것을 대상으로 ‘우키하 보물지도 만들기’에 참여하게 된다. 보잘 것 없던 다랭이논이 우키하 주민들에게 자부심을 가지게 한 것처럼 주민들 스스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새로운 재발견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주민들이 직접 제안하고 의미를 부여한 보물들은 우키하 그린투어리즘 연구회에 보고되어 우키하 보물지도로 거듭났다. 제작된 보물지도는 일본 각 행정구와 초·중·고등학교 등에 배포되었는데 금새 추가 배포를 요구할 정도로 도시민의 큰 호응을 얻었다. 우키하시의 보물지도 만들기는 ‘시골에 뭐 볼게 있을까?’, ‘우리 동네에 사람들이 관심가질 만한 것이 있겠어?’ 등의 생각으로 패배의식이 팽배한 우리 농촌지역에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 주민들의 자부심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우키하시를 찾는 도시민들의 호응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주민 스스로의 자각을 ‘아이와 손자가 자랑할 수 있는 고향’이라는 슬로건으로 표현하는 우키하 주민들은 도시민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가기 위해 ‘도시민의 이해와 응원을 받는 마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따라서 주민들은 도시민과 함께 다랭이논을 지키기 위해 1997년부터 ‘다랭이논 오너제도’를 도입해 도시와 농촌의 교류를 정례화하고 있다. 우키하시의 다랭이논 역시 어려운 경작 조건과 고령화, 인구 유출 등으로 경작을 포기하는 농가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었다. 물론 처음 이런 시골의 다랭이논을 지키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도시민들이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하지만 첫 해 모두 50구획의 응모를 기대했던 주민들은 75구획 200여명의 응모를 받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보물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연간 4만엔의 회비를 납부하고 매년 모심기, 수확 등의 농촌체험과 다랭이논에서 생산된 쌀 10㎏를 연 3회, 그 외 야채 등을 연 4회, 배와 감 등 과일 생산시기에 연 1회 보내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도시민이 줄기는커녕 매년 늘어나 현재는 300여명의 도시민이 다랭이논 오너로 다랭이논을 지키고 있다. 우키하 주민들은 무엇보다 첫 해부터 참여한 도시민들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에 대해 그들이 새로운 우키하 주민들이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다. 주민들의 자부심이
가장 큰 보물일본 농촌관광의 성공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떠난 마을들의 공통점은 주민 스스로 자신의 삶과 지역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비단 우키하시의 다랭이논과 보물지도 만들기가 아니더라도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큐슈 지역의 농촌 마을들은 자신들이 지금껏 살아온 모습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적극적으로 도시민들과 교류하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시골은 살기 어려운 곳, 불편한 곳이라는 이미지를 깨뜨리고 도시가 줄 수 없는 휴식과 건강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새로운 지역 경쟁력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도시민들이 농촌으로 굳이 이주하지 않더라도 농촌을 이해하고 농촌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남아주길 바라고 있었다. 농촌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개발 중심의 정책이 결국 농촌을 낙후 지역으로 인식하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셈이다. 일본 농촌관광이 단순한 수익사업을 넘어 새롭게 도시와 농촌 간의 공존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농촌관광사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안락한 숙박시설과 편리한 교통망과 같은 기반시설 확충에 치중하는 우리 농촌관광사업의 현실에 반해 일본이 추구하고 있는 농촌관광의 특성은 ‘있는 그대로의 농촌다움’, ‘도시와 농촌의 교류’ 등으로 방향을 달리하고 있었다. 물론 일본 농촌관광 역시 그 가운데 확보되는 지역 경쟁력을 바탕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농촌을 활성화시키는 효과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