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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② 새로운 관광 흐름에 눈을 뜨다..
사회

② 새로운 관광 흐름에 눈을 뜨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6/12 00:00 수정 2007.06.12 00:00
시골의 재발견
농촌관광, 농촌의 새로운 경쟁력

“기존의 관광이 남성 중심의 관광이었다면 새로운 형태의 관광은 여성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일본 오이타현 유후인시는 농촌관광의 교과서적인 모델을 만들어 성공한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마을 만들기’를 통해 마을 자체를 관광상품화한 유후인은 명승지나 고적, 유적 등이 없이도 살아가는 모습 자체를 관광상품화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우리 농촌 마을에 적용하기 위한 고민거리를 던져 주고 있다.

유후인은 ‘걷고 싶은 마을’이라는 컨셉으로 마을을 아기자기하게 꾸며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데 성공했다. 연간 370만명이 다녀가는 이 작은 지역은 아직도 대형관광버스가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좁은 도로를 유지하고 있다. 유후인이 발견한 ‘여성 중심의 관광’이라는 컨셉을 살펴보면서 새로운 관광 흐름을 파악하고 이것을 선도하고 있는 지혜를 들어다보자.

 

일본 농촌관광 사례 탐방기- 오이타현 유후인시

유흥이 아닌 휴식에 방점을 둔 농촌관광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하는 마을 만들기

 

“시골 길은 원래 고불고불한 거 아닙니까?”
농촌관광의 교과서라 불리는 유후인 지역을 찾은 취재단의 버스가 마을 골목에서 멈칫거리자 안내를 맡은 유후인 시청 상공과 과장보좌역 에토씨가 던진 말이다.

일본 농촌관광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추구한다는 사실은 지난 보도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유후인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단순히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관광 형태를 미리 예측하고 준비한 곳이다.

에토씨가 설명하듯이 과거의 관광은 남성 중심의 관광이었다. 대형버스에 가득가득 몸을 실은 관광객들이 유명한 장소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밤이 되면 술을 질펀하게 마시는 것이 일반적인 행태였다. 하지만 최근의 관광은 점차 소규모로 인원이 축소되고 가족 단위의 여행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유후인은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마을 만들기’를 통해 새로운 관광 형태에 적합한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유흥에서 휴식으로
시골 집의 편안함이 장점

유후인은 구마모토현 아소에서 벳푸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온천마을이다. 일본에서 가장 많은 온천량을 자랑하는 벳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온천 도시다. 유후인은 벳푸에 이어 두 번째로 온천량이 많은 지역이긴 하지만 벳푸의 위세에 밀려 2인자 신세를 면치 못한 채 벳푸에 숙소를 잡지 못한 사람들이 잠시 들리는 곳이었다.

50여년 전만 해도 유후인 주민들은 인근 벳푸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부러운 눈길을 보냈었다. 하지만 지금은 벳푸와 차별되는 유후인만의 장점으로 새로운 관광 형태를 주도하고 있다는 자부심에 가득 차 있다.

유후인이 말하는 새로운 관광형태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사례는 1970년대 야쿠자들이 축하연회를 열기 위해 유후인을 찾는다는 소식이 들리자 주민들이 반대 의사를 전달한 일이다. 당시 이미 야쿠자들이 유후인으로 출발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주민들은 항의의 표시로 모든 상점의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했다.

결국 야쿠자들은 연회를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같은 사실이 일본 전역에 알려지자 유후인은 폭력을 반대하는 평화의 지역으로, 젊은 여자 혼자서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안전한 지역으로 알려져 각광을 받게 되었다.

벳푸가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번쩍이며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유후인은 조용하고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차별화되며 벳푸와 다른 길을 걸어온 것이다.

주민들이 스스로 참여한
걷고 싶은 마을 만들기

유후인은 ‘걷고 싶은 마을’이라는 컨셉으로 모든 주민들이 참여하고 공생하는 새로운 형태의 지역개발 방식을 만들어 내고 있다.

실제 유후인이 농촌관광지역으로 유명세를 타고 나서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마련한 건물은 유후인역이 고작이다. 유후인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유후인역은 지난 1991년 세계적인 건축가인 오이타현 출신의 이소자키 아라타씨가 설계한 것으로 시와 철도회에서 각각 1억엔을 들여 마련했다.

하지만 처음 다른 건물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건물로 설계되어 높이를 낮추도록 했다. 이처럼 유후인 거리에는 고층 건물을 찾아볼 수 없다. 주민들 스스로 마을 경관을 위해 고도를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

일본 어느 곳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유적이나 신사 등 전통적 소재보다는 농촌과 온천,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마을은 잘 정리된 거리를 통해 걷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도록 정비되어 있다.

화분이 내걸린 상가, 독특한 모양의 공예품점, 쾌적하게 정리된 하천, 단아한 집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유후인은 마을 그 자체가 관광상품으로 기능하고 있다. 흡사 보물찾기에 나선 아이처럼 유후인을 찾은 관광객들은 골목을 돌아설 때 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갖게 된다.

물론 유후인 주민들도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자유의 여신상 등 눈에 띄는 광고물을 만들기도 했지만 유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관광은 벳푸와 같은 지역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주민들이 먼저 마을 만들기를 시작한 것이다. 눈에 띄는 광고물을 정리하고 자신들의 집이나 상가 앞에 화단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거리는 점점 변해갔다.

1980년대 리조트 개발 붐이 불면서 유후인에도 외부의 대형자본들이 들어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1㏊에 1억엔이라는 거금을 제시하며 일부 주민들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마을 만들기 조례를 제정하며 대규모 개발 사업의 경우 행정과 주민과 먼저 협의할 것을 요구하면서 마을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더욱 돋보이는 대목은 마을 자체에 하수도가 없이 개별 정화조를 통해 하천에 방류되는 하수를 법적 기준치보다 2배나 낮게 정하고 이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엄격한 기준을 정하고 그것을 지키는 정신은 유후인을 다른 농촌마을과 구분짓고 있다.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계속된 유후인의 마을 만들기는 지난 2005년 153억엔의 관광 수입을 올렸고, 오이타 은행 비공식 발표에 따르면 유후인의 경제적 효과는 300억엔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 에토씨의 설명이다.

공동체 정신이 해결책
정체성 유지가 남은 과제

또한 에토씨는 지금까지 유후인 주민들이 ‘마을 만들기’에 참여하면서 가장 중점에 둔 것은 마을의 정체성을 지키며 함께 살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다른 유명한 관광지의 경우 외부 자본이 들어와 관광수익을 대형 기업이나 개인이 독차지 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유후인 주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이는 공동체 정신은 지역에서 발생한 이익이 지역 주민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발전했다.

그 결과 유후인에서 숙박업을 운영하고 있는 50여개의 전통여관들은 모두 유후인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사용하고 있다.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에게 같은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다. 또한 대형 호텔 등이 건축 허가를 신청해 오더라도 지역 주민들이 나서 반대 여론을 형성하고 해결책을 찾고 있다. 지금 대형 호텔을 허락할 경우 나중에 숙박업을 하고 싶은 지역 주민들이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유후인을 대표하는 긴린코 호수 주변으로 수많은 기념품·토산품 가게들이 늘어서 있지만 상점 자체가 볼거리가 되어 있다. 이곳에는 유후인의 토산품과 공예품 등이 판매되고 있으며 상점 직원들 모두 유후인 주민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이처럼 모든 지역 주민들이 이익을 나누는 상부상조의 정신은 유후인의 마을 가꾸기가 추구하는 최종 목표인 셈이다.

원동 배내골에 즐비하게 늘어선 팬션들 대부분 외부 자본이 들어온 것에 비해 유후인이 추구하는 가치는 농촌관광을 준비하는 배내골 주민들이 눈여겨 볼 대목이다. 국적불명의 유럽식 팬션들이 배내골의 전경을 망치는 것 외에 어떤 경제적 이익을 주민들과 공유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야 할 것이다.

또한 배내골에서 농촌관광을 준비하는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 뿐 아니라 전체 배내골 주민들, 나아가 원동 주민들과 함께 이익을 나눌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후인 주민들이 실천하고 있는 공동체 정신은 ‘나눔’이라는 의미 외에도 혼자만 살아남을 수 없다는 교훈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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