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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데스크칼럼] 솔잎먹는 송충이..
사회

[데스크칼럼] 솔잎먹는 송충이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6/12 00:00 수정 2007.06.12 00:00

K형,
봄은 느낄 사이도 없이 바삐 지나가 버리고 여름이 먼저와 기다리더니 정작 유월이 되자 싱그런 나뭇잎처럼 주변이 완연한 한여름으로 짙은 녹색 천지가 되어 버렸군요.

한달 보름전 고별인사를 올리고 잠깐 속세를 떠나 있었습니다. 되는 대로 한번 여기저기를 기웃거려 보았지요. 평생 그리워만 하면서 만나지 못했던 옛 친구들도 실컷 만나 어울려 보았습니다. 새로운 것에 탐닉한답시고 짙은 음악과 그림, 영화속에 뛰어들기도 했지요. 그 사이 새 친구도 만나 제가 놓고 온 것에 대한 얘기도 끄집어 내 술안주로 삼아 밤을 새우기도 했답니다. 이제까지 살아온 인생의 무게를 가늠해 본 자리이기도 했지요. 

그러면서 잠시나마 신문, 특히 지역신문은 덮어 버리고 생각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2년 가까이 나름대로 신념과 의지를 갖고 추구해 온 목표를 본의 아니게 중도에 작파한 회한이 너무 컸던 때문이었을까요.

지역사회에서 지역신문이 가지는 작지 않은 역할을 떠올리며 미약하게나마 노력해 왔던 지난 날들이 허망하게 퇴행하는 모습을 지켜 보기가 싫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가 양산시민신문과 만났습니다.

K형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지요. 분수를 모르고 설치다간 제 명에 못간다는 거지요.
제가 지역신문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으면서 다른 일을 준비하려고 했다면 자가당착도 이만저만이 아니겠지요. 그렇습니다. 언필칭 제가 마음속에 품어 왔던 지역신문의 기능과 역할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독자인 시민들과의 밀착성과 교감이 아니겠습니까?

지역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바로 지역신문의 기사요 콘텐츠가 아니겠습니까?
누군가 말했습니다 ‘지역신문의 살 길은 뉴미디어가 아니라 지역 그 자체이다’라고. 지역신문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행위에 관심을 갖고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은 바로 납세자인 시민들이 갖는 감시권리의 대행인 것이지요.

또한 지역의 많은 자생의 조직과 이웃들의 활동상을 비중있게 다루는 것도 바로 지역 주민들의 광장으로서 기능에 충실하고자 함이지요. 나아가 그들이 얻고자 하는 분야의 다양하고 실질적인 정보를 찾아 제공해 주는 자세가 무엇보다도 필요하겠지요.

이런 것들이 제가 한 지역신문의 편집을 맡아 있는 동안에 정착시켜 나가고자 했던 것이었는데 중도에 실기(失機)하게 돼 상심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가 양산시민신문과 만났습니다.

K형,
양산시민신문에 몸담고자 결심하면서 느낀 몇 가지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이 곳에 종사하는 모든 구성원들의 목표의식입니다. 물론 독립자본구조와 기업경영시스템의 구조화, 편집권의 독립에 대한 노력도 언론사로서 큰 장점이긴 하지만 건전한 지역신문으로서 자리잡고 싶어하는 의지와 신념으로 무장된 임직원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지요.

모든 신문이 창간 때의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그것처럼 바람직한 것은 없겠습니다만 양산시민신문이 내건 창간의 변은 ‘지방자치시대에 따른 지역의 풀뿌리 정서를 담아내는 한편 지역의 제반 문제를 짚어내고 조정해 갈 수 있는 건전한 지역언론을 만든다’는 것이었지요.

8월이면 창간한지 4년이 되는 양산시민신문이 오늘날까지 이루어 낸 결과물이 아직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또한 완전한 경영구조를 구축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일 것입니다. 시민사회에 온전히 스며들어 가까운 이웃으로 자리잡고 있지 못한 것도 현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와서 보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말씀드리자면 머지않은 장래에 그렇게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한번 해 볼만 합니다.

K형,
양산이라는 도시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저는 도전을 받아들이는 커다란 잠재력을 가진 도시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대도시의 틈새에서 다소 주눅든 모습을 할 때도 있습니다만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 지역의 위상을 높이고 역할을 증대시켜 나간다면 분명히 주변 정책에서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지역신문이 이러한 기능을 자임하여 시민사회와의 적극적인 연계를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개해 나갈 때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중도시의 모델로서 자리잡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이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 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자질이 출중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신념에 찬 젊음과 한데 어울려 연륜을 잊고 새로운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K형. 우리가 잘 해 나가도록 성원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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