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앞에서 17년간 구두를 수선해 온 홍원재(59)씨는 터미널이 문을 닫고 발길이 뜸해진 그 곳에서 가게를 정리하던 중이다. 오전 9시에 출근해서 꼬박 12시간을 가게에서 보내는 그에게 터미널은 그저 단순한 시외버스터미널만은 아니었다.“출퇴근 하는 사람들, 여행객들, 시장보러 나온 사람들... 터미널에는 삶이 그대로 묻어 있습니다. 강산이 두 번 변하기까지 터미널에서 장사를 해 왔으니 그만큼 추억도 많고, 많은 일들이 있었던 곳이죠”40여년간 구두 수선을 한 홍씨는 30여년전 강서동으로 이사를 하면서 양산생활의 반을 터미널에서 보냈다.“터미널은 만남의 장소입니다. 경유지다보니 시민들의 약속장소로도 많이 이용되어 왔고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볐던 곳이라 행사, 집회 등도 많이 열렸었죠. 특히 세상사는 이야기들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죠 ”가끔 물건을 맡기며 전해주라고 하던 아주머니들도, 구두 수선을 하러 온 외국인들도, 공중전화 박스에 지갑을 놓고 간 손님에게 다시 돌려줬던 일도 이제 그에게는 옛 추억이 되었다.“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자리로 가게를 옮기지만 터미널은 제 삶이 묻어 있는 곳입니다. 비록 낡고 허름했지만 저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추억의 장소가 되겠죠”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그곳에서 불을 밝힌 채 짐을 정리하던 그는 한참 동안 터미널의 잠긴 문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