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치는 것 보다 백배 더 재밌지화창한 오후, 상북 문화의 집 게이트볼 장에는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하다.
“방안에서 화투나 치지 날 더운데 뭐하러 땡볕에서 운동하냐고? 이게 그만한 값어치가 있으니까 하는 거 아녀~ 요게 화투치는 것 보다 백 배는 더 재밌응께 그러제~”게이트볼과 사랑에 빠진지 10년은 넘었다는 전순조(78) 할머니가 시원하게 웃으며 한마디 하신다. 보기에는 그저 아무렇게 공만 맞추면 되는 것 같지만 간단한 규칙 속에서도 나름대로 열심히 머리를 굴려야(?) 하는데 그 재미가 유별나다는 설명이다. 4~5명이 팀별로 경기를 할 때는 서로 도움을 주려고 머리를 맞대는 데 공을 치고 맞히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 경기 내내 머리에서 열이 나고 몸에서도 열이 난다. 머릿속이 바쁘게 움직이는 사이 치매와는 저 멀리 인사를 하니 스틱을 잡을 때마다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또 나이가 들면서 느끼기 힘들었던 짜릿한 쾌감과 통쾌한 기쁨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 더없이 좋다고 말한다. 아슬아슬 게이트를 통과했을 때의 그 기쁨, 상대편 공을 맞춰 경기장 밖으로 강하게 스파크를 쳐 아웃시킬 때의 그 쾌감. 바로 다음 번호 공 앞에 내 공이 멈췄을 때의 좌절감은 직접 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선물이다.“1게이트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을 땐 정말 답답하지만 일단 1게이트를 통과하고 나면 3게이트를 통과하기 위해 작전도 세워보고 의견도 들어보지. 그러다 상대편이 스파크를 성공해 내 공이 아웃되면 어찌나 아쉬운지...”스파크 때문에 스틱으로 공을 칠 때 울리는 경쾌한 스파크 소리, 공과 스틱 각도를 맞추기 위한 고도의 집중력. 이만하면 게이트볼이 그저 공만 툭툭치는 것은 아니란 걸 알 수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운동이라고 “게이트볼이라고 하며 하면 나이많은 어른들만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만큼 3대가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운동이 없지~”
양정하(80)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편견 때문에 게이트볼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한다며 아쉬워한다. 게이트볼은 80세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아들, 딸, 며느리, 3살 손자, 손녀까지 다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는 3세대 스포츠로 가정화합을 위한 유일한 가족 스포츠라는 설명이다. 규칙이 간단하고 장비도 저렴하고 더구나 무리하게 근육을 쓰지 않아 특히 노약자나 여성에게 안성맞춤이라고 말한다.요즘엔 중·고등학교 체육시간에 생활체육활성화로 게이트볼을 가르치고 있는데 처음에는 꺼려하던 아이들도 금세 그 매력에 빠져들고 있어 가족 스포츠로서의 희망이 보인다고.
편견을 버리면 운동 하나로 온 가족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하는 회원들. 오늘도 그들은 게이트볼 속에 가족의 평화가 들어있다며 숨은 진주를 어서 발견하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