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버스터미널이 신도시로 이전하면서 구도심의 공동화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시 차원의 뚜렷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양산의 중심이었던 중앙동 중에서도 북부, 중부동 일원에 소재했던 관공서와 주요 다중집합시설의 신도시 등 외곽 이전이 줄을 이었다. 보건소의 신도시 이전을 시작으로 교육청이 물금읍으로 옮겨 개청하였고 지난 15일에는 구도심의 상징인 시외버스 터미널마저 신도시로 이전함으로써 20년 이상 영화(?)를 누렸던 구도심의 쇠락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뿐만 아니라 북부동에 위치한 경찰서마저 후보지가 결정 되는대로 이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니 파장(罷場)의 황량함이 구도심을 뒤덮을 날도 머지 않았다는 탄식이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없다.무릇 새로 뜨는 곳이 있으면 세력을 잃는 곳도 생기게 마련이지만 우리 지역의 경우 신도시 조성계획 수립과정에서 기존 도심과의 연계를 소홀히 다룬 측면이 없지 않아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신도시와 구도심의 격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양극화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이미 지난해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출마자 대부분이 구도심 활성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장밋빛 비전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결과 양산남부재래시장의 현대화 아케이드 사업이 착공되고 중앙로 옛 하천을 복원하여 도심공원화를 계획하는가 하면 민간 일부에서 부분적인 재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기도 하다. 또 소규모 도시계획도로개설 등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하지만 근본적인 구도심 활성화 대책은 사실상 요원하여 위정자 조차도 커다란 원칙없이 일회성 시책을 추진할 뿐이라는 것이 안타깝지만 오늘의 현실이다. 구도심의 슬럼화를 우려하는 많은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땜질식, 위로식 예산의 편성이 아니라 보다 장기적이고 계획적인 구도심 활성화 방안이다.혹자는 말한다. 신도시에 사는 사람과 구도심 주민들은 똑같은 세금을 내면서도 그 대접에 있어서는 천양지차라고. 신도시 주민들이 느끼는 주거환경의 쾌적함과 생활의 편리함, 건강하게 살 권리의 향수 등, 도시민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받는 반면 구도심에는 심각한 주차난, 근린공원 등 휴식공간의 절대부족, 여기에 따른 재산가치의 하락 등 안락한 시민생활은 커녕 한숨과 짜증으로 일관되는 배타적 불만감이 상승하고 있다는 말이다.북부동 간선도로 주변을 중심으로 민간에서 추진돼 오는 재개발사업의 부진은 지자체의 비협조와 무관심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사업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하는 것을 웅변으로 보여준다. 일컨대 도심 재개발사업이라 함은 그 명칭이 어떻게 바뀌었든 간에 재개발 이후의 분양 전망에 좌우되는 바가 크다. 헌 집을 뜯고 새 건물을 세우는데 그 건물이 잘 팔리지 않는다면 누가 거금이 드는 사업에 뛰어 들 것인가. 분양의 핵심은 입지의 가치이다. 소외된 거리, 주변의 삭막함, 편의시설의 부족 등 거주여건이 흡족하지 않으면 관심을 끌지 못함이 당연하다.우리는 그러한 소외감을 없애고 과거 양산을 이끌어 왔던 원주민집단을 상징하는 구도심 주민들에게도 균등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조한다. 나아가 단견적인 미봉책에 그치지 않고 신도시의 쾌적하고 편리한 주거환경 조성과 대조되는 구도심의 특성을 살린 외곽 전원형 부도심 조성이라는 명제를 설정해 주기를 제안한다.여기가 지자체의 의지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구도심의 종합적인 개선방향은 일 개인이나 단체의 희망 수준으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시민 기구가 설립되어 여론을 조합하고 토론을 거쳐 구도심의 미래에 대한 획기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주민들을 설득해 나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주도적인 자세가 절대로 요구된다. 왜냐하면 투자 예산을 무시한 공염불은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옛 군청(지금의 중앙동사무소) 자리를 중심으로 과거 양산읍성으로 둘러싸인 읍내 지역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한다. 신도시의 주거개념과는 차별화된 부도심으로서의 공간 조성과 인프라 확보를 요구하는 것이다. 장기적이고 계획적인 투자계획을 수립하여 간선도로를 확장하고 곳곳에 근린공원과 야외공연장을 조성하는 한편, 순환자전거도로, 북부천 중심의 문화타운 등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수립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당연히 지자체의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어야 하는데 장기계획으로 추진해 나간다면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지난해 선거에서 구도심의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당선자들은 시외버스 터미널이 옮겨간 이 시점에서 반드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일시적인 미봉책은 절대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얼마 안 있으면 경찰서도 너른 땅을 찾아 떠날 거라고 한다.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동안에도 구도심은 미래의 모습을 떠올리며 소리없이 통곡하고 있다.편집국장 박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