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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④ 희망은 바로 당신, 지역주민이 경쟁력..
사회

④ 희망은 바로 당신, 지역주민이 경쟁력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6/26 00:00 수정 2007.06.26 00:00
인재를 통해 지역발전을 추구하는 일본 농촌관광

농촌관광을 이야기하면서 가장 먼저 경쟁력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라는 사실은 일본 농촌관광 사례를 취재할수록 일반화된 것이다.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그 지역에서 평생 살아온 사람이라는 말이 새삼스러울 정도로 일본 농촌관광을 이끌어가는 주민들은 자신의 고향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가진 애정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랜 학습을 통한 깨달음이다. 일본 농촌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산업화에 따라 점점 살기 어려운 지역으로 뒤쳐져 갔다. 그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고향인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했다. 남아 있는 고령화된 주민들은 ‘희망이 없는 마을’이라는 패배의식이 팽배했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순간 ‘시골의 재발견’은 몇몇 열정으로 가득한 마을 지도자들의 노력으로 주민들은 변화하기 시작한다. 패배의식을 벗어나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마을로 지역을 변화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마모토현 오구니 지역 ‘큐슈 투어리즘 대학’
‘학습’과 ‘교류’의 장, 농촌관광 인재 육성이 목표

“농촌관광의 주된 테마는 결국 ‘사람, 자연 그리고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농촌관광을 이끄는 큐슈투어리즘 대학의 사무장인 오노씨는 투어리즘 대학의 설립 목적을 묻는 질문에 ‘사람과 자연의 만남’이라는 테마로 투어리즘 대학의 존재가치를 설명했다.

구마모토현 가장 북쪽 산간지역인 오구니 지역에 위치한 큐슈그린투어리즘 대학은 지난 1997년 문을 연 이후 1천5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면서 일본 농촌관광 육성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왔다. 삼나무로 뒤덮인 산간 지역인 오구니 지역을 대표적인 생태농촌관광 지역으로 변화시킨 투어리즘 대학은 이제 오구니 지역에서 그치지 않고 많은 일본 농촌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투어리즘 대학은 흔히 생각하기 쉬운 대학의 이미지, 사회와 거리를 두고 있는 상아탑이 아니라 철저하게 현장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먼저 투어리즘 대학의 설립 목적을 살펴보면 ▶농촌지역에 어울리는 농촌관광 형태를 이끌어갈 지도자의 육성 ▶각 지역에 필요한 농촌관광 정보 수집과 제공 ▶농촌관광을 이끌고 있는 지도자들 간의 교류 등이다.

큐슈 투어리즘 대학이 현재 농촌관광을 연구하고 있는 일본 내 대학과 다른 점은 대부분 도시에 위치한 농촌관광 관련 대학과 달리 오구니 지역 현장에서 직접 농촌 현실과 맞닥뜨리며 농촌관광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위 반경 100km 이내가 모두 캠퍼스’라는 큐슈 투어리즘 대학은 지역에서 지역이 필요한 실무자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투어리즘 대학의 졸업생과 수강생은 주로 농가민박이나 식당을 경영하고자 하는 사람, 관광담당 공무원, 농림·어업인, 주부, 학생 등으로 농촌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많지만 농촌으로 이주를 꿈꾸는 젊은 층들의 참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현장 중심의 강의에 참여하고 밤이면 자신의 지역에 걸맞은 농촌관광 형태에 대해 정보를 나누며 밤새 토론을 벌이는 등 수업에 대한 열의가 높다.

현재 관광도시개발과와 투어리즘 학과로 구성되어 있는 투어리즘 대학은 매년 9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2박 3일의 일정으로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교육을 이수한 졸업생들은 지역별로 네트워크를 구성해 농촌관광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교류하면서 지속적인 농촌관광의 전도사로 성장해간다.

오구니 개발 시나리오
지역에서 지역을 변화

큐슈 투어리즘 대학이 있는 오구니 지역은 전체 면적의 78%가 산림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산촌마을이다. 따라서 인근 도심 지역에서 접근성이 떨어지고 산간 고랭지역으로 연간 기온변화가 심해 농업 생산량이 많지 않은 지역이다.

게다가 산림을 뒤덮고 있는 삼나무는 사계절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주지만 주민들에게는 일상적인 풍경일 뿐이었다. 하지만 1985년 오구니 지역은 ‘유키노사토 개발’이라는 지역 개발 시나리오를 만들고 적극적인 지역 개발에 나선다. 삼나무로 가득 찬 산촌마을을 도시와 교류하는 생태관광지역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유키노사토 개발 시나리오는 ▶삼나무를 활용한 지역 디자인 개발 ▶지열을 이용한 지역 개발 ▶대자연을 활용한 관광지 개발 ▶지역자원을 활용한 특산품 개발 ▶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이벤트 개발 ▶미래에 도전하는 오구니 인재 개발 등 6개 전략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이 가운데 ‘미래에 도전하는 인재 개발’의 정점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큐슈 투어리즘 대학이다.
지역 출신 의사인 기타사토 시마사부로씨의 유지에 따라 지역에 공헌하는 인재 육성의 장을 만들기 위해 시작된 재단법인 마나비야노사토는 1997년 큐슈 투어리즘 대학의 첫 강의를 개설하면서 본격적인 인재 양성의 기반을 조성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농촌관광에서 필요한 지역개발과 농촌관광의 필요성, 농촌관광 이론 등 기초 강의에서 농가민박, 음식점 운영, 농촌관광 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실습 프로그램으로 농촌관광에 필요한 지도자들을 육성하고 있다.

유키노사토 개발 시나리오에 따라 오구니 지역에서는 ‘산골’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색다른 시도를 감행한다. 오구니 지역의 특산품인 삼나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시설물들을 건립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오구니 돔은 주민들을 위한 체육시설로 특이한 것은 삼나무를 이용해 일정한 길이의 각목 1천445개를 강철 이음쇠로 연결시키고 외벽을 유리로 만든 것이다. 산골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오구니 돔은 오구니 지역을 일본 전역에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오구니 가축시장, 임업종합센터, 특산품 판매시설인 유우스테이션 등 삼나무를 활용한 목재 건축은 오구니 지역을 대표하는 건축 양식으로 해마다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20년 전 오구니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20만명에서 2005년 100만명으로 증가한 것은 지역 개발에 대한 청사진과 함께 꾸준한 인재 양성이 가져다 준 결과였다.

미래를 만드는 농촌관광
사람에 대한 투자가 관건

오구니 지역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큐슈 투어리즘 대학’은 농촌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작업이다.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것에만 눈길을 돌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농촌이 도시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았던 산골의 험난한 등산로를 산악자전거의 명소로 변모시킨 것은 지역 자원에 대한 이해와 시대적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오구니 지역은 삼나무로 둘러싸인 산길을 활용하기 위해 산악자전거 대회를 정례적으로 개최하면서 지난 시드니와 아테네 올림픽 대회 일본 예선전을 이곳에 유치하는 성과를 거둔다. 전국에 중계되는 산악자전거 예선 대회를 통해 오구니 지역의 아름다운 풍광은 일본 전역으로 보내졌다.

주민들 역시 산지의 활용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면서 ‘버림받은 지역’이 아닌 ‘살기 좋은 지역’으로 오구니 지역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현재 마을 만들기 협력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모두 30여개 마을이 참여하고 있는 마을 만들기 사업은 도시민들이 오구니 지역을 찾았을 때 함께 나눌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마을을 정비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마을 만들기 사업 가운데 눈여겨 볼 것은 ‘지지바바 에듀케이션(할아버지, 할머니를 통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대부분 고령자인 오구니 지역의 주민들은 농촌관광의 수요를 멀리서 찾은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손자, 손녀들을 통해 시작한 것이다. 이른 바 손자를 위한 추억 만들기 프로그램인 셈이다.

고향을 떠나 자식들이 자신의 고향을 어렵고 힘든 곳으로 외면하게 방치해 두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고향만의 특성을 다시 느끼게 하는 것이다. 도시로 떠난 자신들의 자식이 도시에서 자신의 고향을 알리는 영업사원 역할을 할 수 있게끔 마을 정비하고 가꾸어 가는 것이 마을 만들기 사업의 특색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2001년부터 시작된 큐슈 투어리즘대학에서 실시하는 ‘오구니 자연학교’를 통해 보다 발전한다. 유치원에서 초·중·고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오구니 자연학교는 방학 기간을 이용해 장기간 체류하면서 다양한 농촌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프로그램은 사회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어 회사별, 단체별의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오구니 지역의 농촌관광은 ‘미래에 대한 투자’를 기본으로 한다. 그것은 삼나무를 활용한 시설물을 설치해 호기심 어린 관광객을 유치하는 단순한 차원이 아니라 지지바바 에듀케이션 등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는 농촌 문화의 올바른 이해에서 시작한다. 지금 자라는 아이들이 농촌을 이해하고 농촌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농촌관광의 목표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 농촌은 어떤가?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아직도 유효한 상황이다. 자신은 고향을 지키며 농사를 짓고 있지만 내 자식은 도시에 번듯한 직장을 가지길 바라는 것이 아직 우리네 현실이다.

농촌 주민 스스로 농촌의 가치를 이해하고 새롭게 창조하는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농촌관광을 위해 시도하는 모든 노력이 당대에 그칠 뿐 사람을 다시 불러 오지 못하는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농촌관광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다시 농촌에 사람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날이 갈수록 고령화되는 농촌의 시계를 뒤로 돌릴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것이 바로 일본 농촌관광이 전해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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