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농촌관광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대표적인 농촌 자원은 ‘시골다움’이다. 하지만 보통 ‘시골다움’을 이야기할 때 부정적인 모습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부족한 기반시설, 사회ㆍ문화적 소외지역 등은 시골을 이야기할 때 떠오르는 부정적인 면이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면을 극복하고 시골만의 특성을 발전시켜 새로운 관광문화, 지역문화의 품격을 높이고 있는 지역이 있다. 이번 시간은 일본 미야자키현 아야 지역의 산림자원 육성을 통한 지역 부흥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야 지역은 ‘시골다움’과 함께 도시가 가질 수 없는 농촌만의 문화적 특성을 창출해 관광객과 도시민을 불러들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농촌은 소외된 지역이라는 편견을 깨고 농촌만의 장점을 살려 도시민과의 교류를 넓혀가는 아야 지역의 지혜를 살펴보기로 하자.
산림이 지역의 80%를 차지하며 ‘삼나무의 버려진 땅’이라 불리던 일본 미야자키현 아야 지역은 인구 7천500여명의 산골 마을이다. 지역을 뒤덮고 있는 삼나무 숲은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지만 정작 아야 지역 주민들에게는 골치 덩어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산림지역이 워낙 많다 보니 경작할 수 있는 농토가 작고 토양도 척박하기 때문이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어려움을 겪던 아야 지역에도 주민들이 고향을 떠나 도시로 떠나는 이농현상이 어김없이 찾아 왔다. 하지만 주민들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던 산림자원을 바탕으로 지역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면서 아야 지역은 울창한 숲을 가진 청정 이미지를 통해 생태관광의 명소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골치덩어리 삼나무에서 시작
유기농법으로 청정이미지 구축1960년대 산업화와 함께 필요 없는 자원이라 여겨지던 산림자원뿐이던 아야 지역은 개발을 위해 산림을 없애고 대규모 개발을 계획하던 일본 중앙 정부의 방침을 거부하고 산림자원의 청정 이미지를 활용한 유기농법에 눈을 돌리게 된다.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일어나던 당시 대규모 산림 벌채를 통한 개발 계획은 지역 주민은 물론 정부가 당연시 하던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 정장(町長)이던 고다 미노루씨는 정부의 계획에 반대하며 지역주민들을 설득해 골치덩어리였던 산림자원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게 된다. 지금은 최고의 생태관광 지역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아야 지역 역시 개발 열풍에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당시 주민들이 내린 결정은 파격적인 것이었다. 1960년 한가구 한평 유기농 재배 운동으로 시작한 아야 지역 부흥 사업은 1970년대 유기농업에 걸맞은 비료시설을 확충하고 음식물쓰레기를 재활용하기 위한 시설 등이 마련되면서 하나씩 결실을 맺기 시작한다. 울창한 숲이 가져다주는 맑은 공기와 더불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 재배지역으로 도시민들에게 호응을 받게 된다. 1990년대 후반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유기농법을 장려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등 40여년간 꾸준한 유기농 재배로 ‘청정 지역’이라는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현재 연간 100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는 테츠구리센터(물상관)는 아야 지역 농산물이 유통되는 농산물 유통센터로 연간 3억5천엔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산림자원이 풍부한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청정지역이라는 아야 지역의 이미지를 활용한 결과다. 청정지역에서 문화지역으로
농촌관광의 품격을 높이다아야 지역의 지역 부흥 노력은 단순한 청정지역이 아닌 문화, 체육 거점 지역으로 아야의 이미지를 확대해갔다. 산림자원을 바탕으로 얻은 청정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다. 아야 지역은 1986년 ‘일본 유명수(有名水) 100선’에 선발되면서 깨끗한 공기와 더불어 깨끗한 물이 있는 곳으로 인정받게 된다. 당시 산림자원이 보존해준 풍부한 지하수 덕택에 운카이주조(雲海酒造)를 유치했다. 양조장이 들어서자 운카이주조에서 생산하는 소주가 전국 1, 2위를 자랑하는 명품 소주로 자리 잡으면서 아야 지역의 청정 이미지는 일본 전역에 각인됐다. 아야 지역은 양조장 일대를 이른 바 슈센노모리(주류를 만들고 판매하는 특화단지)로 조성하고 이를 관광상품화하는 데 성공한다. 기존 소주공장에 와인공장을 추가하고 주류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명소로 발전시킨 것이다. 단순한 소주공장을 관광상품화하겠다는 발상 자체도 기발하지만 슈센노모리에는 지역 공예작가들의 공예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예단지도 함께 조성해 색다른 문화단지로 변신을 거듭했다. 이곳 뿐만 아니라 아야 지역을 공예마을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 지역공예작가는 물론 외부의 공예작가들이 아야 지역으로 이주해오는 변화를 가져왔다. 현재 아야 지역에는 40여곳의 공예농가가 공예품 생산은 물론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활동 중이다. 이들 공예가들은 아야 지역의 산림자원을 이용한 공예품을 선보이면서 20여년 전부터 공예축제를 개최해 해마다 3천만엔의 경제적 효과를 아야 지역에 주고 있다. 한편 아야 지역은 스포츠합숙훈련장소로도 명성을 얻고 있다. ‘숲이 가져다주는 맑은 공기와 함께하는 체육시설’이라는 컨셉에 어울리는 1류 체육시설을 갖춘 것이다. 인구 7천여명에 불과한 작은 시골 마을에 배구 경기장 8개가 들어간 실내돔 경기장은 물론 국제 규격의 축구장, 테니스장, 야구장, 육상 경기장 등이 정부의 지원을 통해 자리 잡고 있다. ‘청정지역=건강지역’이라는 새로운 시대 흐름을 정확히 읽어내고 정부의 국고보조제도를 지혜롭게 활용한 결과다. 실내돔 경기장의 경우 사업비 15억엔이 들었지만 정부 보조금 7억5천엔과 정부 융자 7억5천엔이 사용되었다. 그리고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과소지역에 대해 융자금액의 70%를 돌려주는 제도를 이용해 아야 지역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 체육시설을 갖추게 된 것이다. 아야 지역과 같은 시골에 프로팀들이 전지훈련을 오겠냐는 생각을 과감하게 벗어나 지역 부흥의 새로운 탈출구를 마련한 셈이다. 현재 일본 프로축구팀 3팀이 전지훈련 장소로 아야 지역을 찾고 있으며 한국 프로팀도 전지훈련을 이곳에서 가진 적이 있다. 골치덩어리 산림자원이 산골마을에서 공예마을, 체육마을로 아야 지역을 변화시킨 원동력이라는 사실은 아야 지역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산림자원 육성 사업을 통해서도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다. 현재 아야 지역의 장기 농촌관광 육성 사업을 살펴보면 아야 지역을 포함한 인근 지역까지 현재 2천㏊ 규모의 산지를 삼나무가 대부분인 산림자원에서 상록수로 인공조림된 지역으로 100년에 걸쳐 1만㏊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기본에서 시작한 발전 계획
‘시골다움’의 발견이 시작아야 지역은 쓸모없다고 여겨왔던 울창한 숲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청정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일본 전역에 알려왔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활용가능한 자원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최근 우리 농촌에 불고 있는 농촌관광 행태를 살펴보면 자신이 가진 것을 이해하고 아끼기 보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지역별로 특성없는 체험프로그램들이 나열되는 경우가 많다. 아야 지역은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 단계적인 실천목표를 세워 이루어가는 농촌관광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산림자원의 보존에서 시작한 ‘청정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이룬 성과가 공예마을, 체육마을이라는 진화를 이룰 수 있었다는 사실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원동 배내골 역시 수자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자연스레 ‘청정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민 스스로 수자원 보호구역을 ‘규제’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각종 개발을 할 수 없었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아야 지역이 스스로 자신들의 지역을 개발하려는 정부의 방침에 맞선 것과는 다른 양상인 것이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도 중요한 일이지만 농촌관광이 도시와 유명한 관광지와 다른 차별성을 가지는 것은 결국 농촌만이 가지고 있는 농촌자원의 적극적인 해석과 긍정에서 시작한다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