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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흰 도화지, ‘연정’표 물감으로 그린 세상..
사회

흰 도화지, ‘연정’표 물감으로 그린 세상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7/03 00:00 수정 2007.07.03 00:00
제27회 삼성생명 비추미 그림대회 은상, 최연정 학생
아이가 지닌 색깔 인정하는 교수법으로 결실 맺어

“비오는 날이면 엄마랑 동생이랑 비옷을 입고 놀이터에 가요. 비옷을 입고 우산을 펴고 미끄럼틀을 타면 낙하산을 타는 기분이 들어요. 하늘에서 슝~하고 떨어지는 기분이예요”

최연정(대운초4)학생은 비가 오는 날이면 온통 제 세상이 된다. 비가 얼굴에 닿는 느낌, 맨발로 모래를 밟을 때의 촉감, 비에 젖은 놀이터의 색다른 모습을 온 몸으로 느낀 다음 그때 감정을 살려 그림을 그린다.

연정이가 이렇게 마음 놓고 비를 맞으며 놀 수 있는 것은 직접 겪은 경험만이 자신만의 그림으로 표현된다는 어머니 임지성(사진 왼쪽)씨의 남다른 교육관 때문이다.

임씨의 이런 교육관은 연정이가 마음껏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는 배경이 됐고 최근 그 결실을 맺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10만명이 참가한 국내 최대 미술대회인 제27회 삼성생명 비추미 그림대회에서 초등 고학년부 은상을 받은 것.

하지만 연정이가 처음부터 이렇게 좋은 결과를 냈던 것은 아니다. 제도권에서 바라는 안정된 구도와 색감보다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만들었기 때문에 인정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단순히 ‘바다를 그려봐’라고 하는 건 싫어요. 바다도 낮과 밤, 여름과 겨울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지잖아요. 제가 느낀 그 순간을 저만의 색깔로 풀어내는 것이 즐거워요. 하지만 어른들은 제 그림이 엉뚱하고 특이하고 불완전하다고 봐서 싫어요”

임씨 역시 단순히 상을 많이 받기 위해 연정이가 제도권의 요구대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현재 연정학생을 지도하고 있는 김지영(신나는 미술학원)원장과의 만남이 이어졌다.

두 사람은 ‘그림 잘 그리는 사람’보다는 ‘좋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공통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쌓이자 임씨는 연정이의 교육을 전적으로 김원장에게 맡겼다.

김원장은 연정이에게 단순히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다. 시간을 두고 대화를 통해 연정이와 우정쌓는 것에 더 중점을 뒀다. 그 다음 자기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연정이에게 맞는 그림 소재와 재료를 조언해줬다.

“미술에 타고난 재능을 가진 아이는 많지만 끝까지 그 재능을 살리는 아이는 드물죠. 아이가 가진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제 색깔을 낼 수 있도록 다듬어 주는 것이 중요해요. 그게 부모와 선생님의 역할이죠. 단순히 제도권에서 말하는 안정된 구도와 색감만 가르치다보면 아이의 재능은 다 죽게 됩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결과물에 집착하다 재능을 가진 수많은 아이들이 빛을 잃어가는 요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이 세 사람의 말이 가슴에 더욱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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