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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기 고] 투기과열지구 해제, 지방도시의 ‘굴욕’..
사회

[기 고] 투기과열지구 해제, 지방도시의 ‘굴욕’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7/03 00:00 수정 2007.07.03 00:00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굴욕이 유행이다. 대부분 누구누구의 굴욕으로 표현된다. 대상은 주로 유명 연예인이거나 스포츠 스타들이다. 이들의 민망한 장면이나 과거 촌스러운 모습을 포착해 인터넷상에 퍼트리는 일종의 네티즌 놀이다. ‘굴욕’의 사전적 의미가 남에게 눌리어 업신여김을 받거나 모욕을 받아 면목을 잃는 것을 뜻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터넷 강국으로서 누리는 또 다른 측면의 호사다.

이런 측면에서의 굴욕을 최근 지방도시는 맛보아야 했다. 정부가 지난 6월27일 부산, 대구, 광주 등 일부 광역시와 양산 등 일부지역을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했다. 해제된 지역은 주로 지방이다. 그러나 해당 지역 부동산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여름 비수기를 앞두고 투기과열지구가 풀린 데다 그나마 비교적 투자 가치가 높은 지역은 해제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투기과열지구 해제와는 상관없이 분양을 시작한지 1년이 거의 다돼 그렇지 않아도 전매제한이 풀릴 예정이기 때문에 그리고 지방시장은 대부분 매수세가 실종된 탓에 투기과열지구 해제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여기에 9월부터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되면 6개월간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는 탓에 지금의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그야말로 ‘의미’ 없는 행정적인 조치에 불과한 것이 되어 버렸다. 이런 측면에서 작금의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지방도시의 수요자들에게 효과도 없으면서 공급업체 측면에서도 실익이 없는 그야말로 민망한 일이 되어버렸다. 지방도시의 굴욕인 셈이다.

‘지대론(land lent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도심에 가까울수록 임대료(lent)가 비싸며 멀어질수록 임대료는 싸다. 그림으로 표현하면 입찰지대곡선(Bid Rent Curve)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작금의 시장상황과 연관 지어 설명하면 이러하다.

집값은 서울과 수도권이 비싸다. 도심(우리나라의 중심)과 가깝기 때문이다. 반면 지방의 집값은 도심으로부터 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에 비해서는 싸다. 따라서 집값이 오를 때는 도심으로부터의 거리가 가까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먼저 오르기 시작한다.

반면에 떨어질 때는 도심으로부터의 거리가 먼 지방에서부터 떨어지며 서울과 수도권은 떨어지더라도 소폭으로 맨 마지막에 떨어진다. 서울과 수도권은 여전히 주택보급률이 낮고 지방은 주택보급률이 높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 까닭에 우리나라 주택문제는 서울과 수도권의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정책은 전국을 포괄한다. 지방이라고 예외가 없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지대론을 적용하면 이렇게 되어야 했다. 문제의 소지가 약하거나 해결조짐이 보였다면 그래서 더 이상 지방에 별도의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지방의 규제는 적정한 타이밍에 해제되어야 했다. 가격은 지방시장 부터 하락하기 때문에 그나마 정책적 배려를 해야 했다. 그

러나 적절한 타이밍도 놓쳤고 적절한 배려도 없었다. 서울, 수도권의 집값을 잡으려다가 지방을 잡고 최근에는 지방시장에서 주택건설을 영위하는 건설업체의 부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업체의 부도는 전적으로 업체의 잘못이다. 그렇다면 정책의 실패에 대한 책임은 정부의 잘못이다.

최근 주택가격은 정부의 표현대로라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변곡점에 변곡의 시기에 있다.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실수요를 제한시킬 만큼 엄격하다. 유동성이 문제이기는 하나 증권시장의 호조가 불안요인을 흡수하고 있다.

정부는 이때 다음을 위한 정책적 고민을 해야 한다.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될 수 있도록 하고 공공과 민간의 역할, 지역 간, 지역 내 양극화 문제에 대한 정책적 해법과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주택의 공급과 수요에 있어 존재하는 시간지체(time-lag)의 갭(gap)을 정책적 선행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악순환을 선순환 시킬 수 있는 주체가 정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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