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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데스크칼럼] 인도(人道) 관련 정책 있기나 한가?..
사회

[데스크칼럼] 인도(人道) 관련 정책 있기나 한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7/03 00:00 수정 2007.07.03 00:00

인도가 사라지고 있다.
각종 도로의 확장사업에서 차량 소통의 원활에만 치중한 나머지 인도는 소외되고 걷는 사람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이미 놓여진 인도마저 개량이라는 미명하에 축소되고 도로 시설물들은 빠짐없이 인도를 잠식하는 바람에 최소한의 기능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조성된 실례로는 상공회의소~양산중학교간 도로 확장구간, 북부동 하천변 문화의 거리 확장구간을 비롯해 웅상 7호국도의 인도부재, ‘꽃의 거리’ 조성을 위해 기존 인도에서 시행된 각종 화분 및 화단 조성 구간의 보행불편 사례 등 특별히 지적할 필요도 없이 시내 전 도로구간에서 인도의 확보부재 문제가 심각한 현실이다.

그런데도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당국자의 무감각은 놀라울 정도이다. 작금에 도로상 불법주차를 방지하는 캠페인의 하나로 주요 통행 곡각지점이나 요충지에 플래카드를 내걸어 견인을 예고하는 등 강력히 추진하고 있음에도 바로 그 자리에서 인도를 잠식해 공사를 하고 있는게 단적인 예다.

신기동 한전양산지점 앞의 도로는 수년전 구획정리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2차선 도로이지만 이미 준공당시에도 심한 곡각으로 사고의 위험이 대두된 곳인데 이번에 도로변 비탈면 아래에 하수도 관련공사를 시행하면서 인도를 수십미터 가량 점유해서 자재를 쌓아두거나 공사용 안전거리 확보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꼭 그 위치에 시설물을 설계해야 했느냐 하는 것인데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 치더라도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별도의 시설물이나 대체 인도를 확보해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의 대응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또 관청에서 직접 발주한 공사는 도로 점용허가를 별도로 받지 않아도 된다는 답변은 잘못됐다. 일반 시민이 자기 점포앞 도로에 물건을 내어 놓거나 홍보간판 등을 설치하면 즉시 기동대원들이 달려와 도로의 무단점용이라고 철거하게 하면서 수개월간 인도를 잠식해 보행자들을 위험에 노출되게 하는 행위는 관청의 공익적인 사업이기에 별무상관이란 말인가.

얼마 전 부산고법 제4민사부는 진주시내 한 도로에서 차도와 인도가 구분이 되지 않는 도로의 가장자리를 따라 보행중에 차에 치어 숨진 사고의 가해자측 보험회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길 가장자리 부분으로 보행자가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관리하지 못한 지자체의 과실 책임이 인정된다’며 진주시에 보험회사가 유족에게 지급한 비용의 일부인 2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우리 시의 도로 중 많은 곳들이 이와 마찬가지로 인도의 설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있다. 또 설치돼 있더라도 각종 도로 시설물과 표지판, 광고판 등의 산재로 안전한 보행에 지장을 주고 있다. 

행정자치부령인 ‘도로의 구조및 시설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보도(인도)는 보행자의 통행량을 고려해 결정하되 최소 폭 1.5m 이상 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가로수 등 도로시설물을 설치할 경우 1m를 추가해야 한다.

우리 주변도로의 인도는 그 실상이 어떠한가. 형편에 따라 들쭉날쭉한 인도 폭은 그렇다 치더라도 좁은 인도에 그나마 자유로운 보행을 가로막는 ‘꼭 필요한’ 도로 시설물은 왜 그렇게 많은지. 가로등, 가로수는 기본이고 안내입간판, 가로등 저기제어기 박스, 줄이어 있는 전주, 현수막 등 보행중에 딴 생각을 하다가는 부딪쳐 다치기 십상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근년들어 대도시를 중심으로 채택되고 있는 보행자 중심으로의 도로구조 개선이 우리 시에도 인식되기를 희망한다. 보행자의 편의를 위해 육교나 지하횡단통로를 폐지하고 평면 횡단보도를 위주로 도로정책이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신설되는 도로에서부터 인도의 규정이 준수되고 시설물의 설치가 최소한으로 제한돼 보행의 자유가 확보되었으면 한다. 그 다음에는 기존의 인도를 정비하여 불필요한 장애물을 제거하고 재정비했으면 한다.

차량을 이용해 편하게 이동하는 운전자들이 보행자들의 편의를 우선해 주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얼마 전 일본을 다녀온 딸아이가 한 말이 생각난다. “아빠, 일본에는요, 횡단보도가 없어도 사람이 건널려고 하면 지나가는 차들이 다 서서 기다려주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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