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은 오근섭 시장이 2006년 5.31 지방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해 취임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2004년 보궐선거로 시장에 당선된 이후 3년차를 맞이하는 오시장은 올해 시정 목표로 ‘2010년 예산 1조원, 인구 30만’을 내세우고 있다. 오시장의 재선 1주년을 맞아 시장 오근섭이 아닌 인간 오근섭으로 오시장이 생각하는 양산의 미래를 본지 박성진 편집국장이 들어보았다. 이번 대담은 시정운영에 관한 오시장의 철학을 오시장의 취미인 ‘등산’을 통해 엿보는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대담_박성진 편집국장 정리_이현희 기자 / newslee@ 사진_진보현 기자 / hyun00blue@-------------------------------------------
먼저 취임 1주년을 축하한다. 재선 성공 이후 벌써 취임 1천일이 훌쩍 지나버렸다. 지난 3월 2일 시장 취임 1천일을 맞아 색다른 행사를 가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민과 공무원들이 함께 하는 천성산 산행으로 기념식을 대체했던 것으로 아는데 특별히 행사를 가진 이유가 있나? 산은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이다. 그곳에서 시민들과 맺은 약속을 기억하는 것이 취임 1천일을 맞아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기념식장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올바른 마음가짐을 다잡는 것이 양산 시정을 이끄는 수장으로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참석한 시민들과 함께 정상에 오르는데 안개구름이 휘몰아치는 진기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동안 천성산을 수천 번 오르내렸지만 그런 광경을 본 기억이 없다. 아마 천지의 기운이 만나 앞으로 시정을 더욱 잘 이끌어 가라는 계시 같았다. 참석한 모든 사람 역시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놀라워했다. 천일 산행은 초심대로 사욕없이 시정을 이끌기 위해 하늘과 땅의 기운을 받기 위해 마련된 자리인 데 길조를 만나 더욱 기뻤다.
천일 산행을 이야기하니까 오시장하면 ‘등산’이 떠오른다. 단순한 건강관리가 아닌 산행을 인생 철학이나 시정 운영 방침에 빗대 이야기하는 것을 자주 보곤한다. 또 어느 시민은 산행 중인 오시장이 가장 매력적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특별히 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산은 생활이 어려움에 닿았을 때 자신을 돌아보는 매력을 가진 것 같다. 지금처럼 매일 꾸준히 산행을 한 지가 벌써 23년쯤 되었다. 많은 선거를 치루면서 실패도 경험했다. 그러던 중 산행을 통해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나를 다스리기 위해 산행을 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산에서 보는 내가 매력있다는 말은 아마 산에서 가장 편하게 나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낙선 이후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나를 볼 때 ‘불쌍하다’는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연을 찾고 싶을 때 늘 자리에 자연이 있어 쉽게 자연을 찾을 수 있듯 내가 산에서 아무런 이해관계없이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자연스런 관계를 맺은 것이 ‘매력적’이라는 말의 속 뜻이 아닌가 싶다. 산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작고 부질없어 보인다. 산 정상은 세상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는 여유를 가지게 한다. 그것이 내가 산을 찾는 이유라면 이유다.
실패에서 시작한 산행
인생의 새로운 계기로23년이라는 세월 동안 산행을 꾸준히 해온 것은 대단한 일이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 산행을 지속해 온 사연을 말해 달라. 84년에 보증 문제로 전 재산을 날리는 일이 있었다. 그동안 무일푼으로 시작해 하는 일마다 승승장구하던 시기였다. 정말 당시에는 ‘죽고 싶다’라는 기분만 가득했다. 하지만 집사람의 권유로 산을 다니기 시작했다. 산을 오르내리면서 든 생각은 ‘바른 정신과 건강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초등학교만 나와 맨손으로 가진 것 없이 시작한 인생이었다. 어차피 가진 게 없었으니 새로 시작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그 이후 매일 같이 산을 오르면서 정신을 바로 잡았다. 승승장구할 때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막상 어려움을 겪자 상처를 주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산을 오르면서 그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고 내가 지금도 그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지만 오히려 측은하게 여기고 용서하는 마음이 생겼다. 시장이 된 이후 그 때 기억은 시장으로 모든 시민, 단 한 사람의 마음도 불편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양산 출신의 산악인이 이상배씨가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다. 물론 시에서도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시장이 산을 좋아하기 때문에 지원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면 지역 산악인들의 호평이 자자하다. 양산 출신이 세계 최고봉을 등정했다는 사실은 의미가 깊다. 하지만 내가 산을 좋아하기 때문에 지원했다는 말은 다르다. 나는 사회 어느 분야에서도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도전하는 의지를 높게 살 뿐이다. 산악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시민들이 있다면 시의회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모기잡는 시장?
환경정책으로 방향전환 최근 양산 시정을 살펴보면 ‘숲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각종 조림사업과 공원 사업 등이 눈에 띈다. 이것도 산을 좋아하는 시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취임 후 시민들이 시정에 바라는 사안을 조사해보면 첫째가 교통문제였고, 두 번째가 환경문제였다. 취임하자마자 제일 관심을 두고 챙겼던 일이 바로 도로 확충이었다. 우선 도로가 확장되고 개설되어야지 주변 환경도 정비할 수 있다. 좁은 도로에 나무를 심어봤자 도로를 확장하면서 다시 나무를 파내어야 한다. 예산 낭비일 뿐이다. 보궐선거로 당선된 이후 3년 동안 기본적인 도로 확장과 개설이 마무리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사람이 살기 좋은 푸른 도시를 만드는 것이 과제다. 지난해부터 시내 곳곳에 꽃을 심었다. 사실 꽃을 심게 된 이유는 모기를 없애기 위해서다. 취임 당시만 해도 구도심은 물론 신도시에도 모기떼가 극성을 부렸다. 모기에 물려본 사람은 안다. 밤에 1시간 뒤척거리면 다음 날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하루가 피곤하다. 꽃을 심기 위해서 제방과 도로에 꾸준히 제초작업을 하고 유충을 없애는 소독작업을 해왔다. 취임 후 보건소 방역 관련 예산을 3배로 늘렸다. 모기가 서식할만한 곳을 미리 찾아내 없애고 그 곳에 꽃을 심었다. 이제 나무를 심는 것은 도로와 공단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을 시민들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숲이 주는 공기의 소중함은 산행을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큰 나무가 있으면 모기도 자연스레 없어진다.
취임한 이후 모기를 잡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말은 신선하게 들린다.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말이다. 교통 분야에서 환경 분야로 시정 운영 방침이 변하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비서실에 환경직을 기용한 인사에 눈에 띈다. 도로 문제는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았다고 본다. 산에 오르면 시내 곳곳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어느 곳이 막히는 지 어느 곳에 도로를 개설해야 하는지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녹지도 마찬가지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시민들에게 필요한 휴식공간이 어느 곳에 있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이번에 환경직을 비서실로 기용한 것 역시 그런 맥락이다. 3년 동안 일반행정에 관해서는 많은 공부를 했다. 이제 기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참모가 필요해 환경직을 비서실로 인사발령했다. 우선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을 가꾸는 일이 중요한 시대 아닌가. 풀을 베고 꽃을 심고 나무를 심는 일은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또 다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일을 하기 원하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 시장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정비된 도로변에 짜투리로 남아 있는 국유지를 찾아내 공원화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전 시장들이 사업계획을 가지고 국도비를 받아온 적이 있나? 예산 1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로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다.
적극적인 부지 매수로
구도심 활성화 토대마련시장의 고향인 구도심 지역에 대해 묻고 싶다. 신도시에 비교되면서 구도심 시민들의 삶이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 활성화 방안에 대한 복안을 가지고 있나? 취임부터 매각을 희망하는 시민들의 땅을 우선적으로 시가 매입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구도심은 지금 숨 쉴 공간이 없다. 각종 공공시설과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구도심 활성화는 요원한 일이다. 시가 더욱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시의회와 적극 협조하겠다.
올해에도 당초예산에 부지 매입을 위한 예산을 30억원 반영했다. 도로를 다시 개설하고 공원을 만들기 위해서 우선 땅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오랜 시간 대담에 응해줘 기쁘다. 처음 산을 좋아하는 시장의 개인적인 내력으로 시작했는데 결국 시정에 관한 이야기로 흐르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취임 1주년을 맞아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못 다한 말을 들어보고 싶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여러 번의 낙선과 재산을 날리는 일도 있었지만 산을 오르면 마음을 다잡아 온 것처럼 초심을 잊지 않겠다. 위임받은 자리에서 독단적으로 일을 하는 것은 자식을 망하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소신과 도덕성을 가지고 맡은 일을 겸손하게 처리하고 있다. 예산 1조원 시대를 열어 성장하는 양산을 기업하기 제일 좋은 도시, 문화·체육도시, 환경도시로 만드는 일에 앞장 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