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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가족을 버리지 마세요”..
사회

“가족을 버리지 마세요”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7/16 00:00 수정 2007.07.16 00:00
행복한 개판, 사랑이네 집
버림받은 개들의 수호천사 배미상씨

“미야~ 집이 있다. 그지? 여기가 네 집이다! 여기가 네 집이니 맘 편히 지내 거라”
5년 전 교통사고로 걷지 못하는 강아지 ‘미야’를 보며 배미상(60. 왼쪽)씨는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하곤 한다.

“여기에 있는 개들은 주인한테 학대 당하고 버려진 개들이에요. 그래서 대인기피증은 물론 몸이 성치 못한 개들도 많아요. 다시는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여기서 만이라도 편히 지내게 하고 싶어요”
웅상 소주동에서 고물상을 하며 4백여 마리의 유기견을 키우는 ‘사랑이네 집’의 엄마 배미상씨는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사료를 주고 배변을 치우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목 디스크와 팔목통증으로 걸레질조차 힘들지만 개를 돌볼 사람이 저 밖에 없다보니 그런 것도 다 잊고 매일 개 밥 먹이고 돌보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어요”
1988년 부산에서 살다 키우던 강아지를 뛰어놀게 하고 싶어 마당이 넓은 집을 사 웅상으로 이사한 배씨의 직업은 보험외판원이었다.

“직업상 돌아다니는 일이 많다보니 길거리에 버려진 강아지들이 눈에 띄었고 그렇게 한 마리 두 마리 씩 데리고 오다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지금은 아들 염시형(31. 오른쪽)씨와 함께 고물상을 운영하고 살고 있는 배씨는 고물상은 물론 많은 개들을 돌보기가 힘들어 하던 일을 아들에게 맡기고 있다.

한편 강아지 사랑이 지극한 두 모자는 어느새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방송 프로그램에서 섭외 요청이 들어와 출연하기도 했다.
“방송이 나간 후 개가 150마리나 더 늘었어요. 몰래 집 앞에 갖다놓는 사람도 있고 키워달라고 부탁하고 가는 사람들도 많았죠. 제가 가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 사람에게 상처 받은 강아지들이 안주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어요”

하지만 늘어나는 개만큼이나 사료 값을 감당하기가 힘 들다고.
“한 달에 15키로짜리 사료가 130포가 들어가죠. 부산에서 매달 조금씩 지원해 주는 분과 작년에 ‘경남 유기견과 함께하는 사람들’ 이라는 인터넷 동호회 회원들이 미용봉사 등을 매월 해주고 계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방송이 나간 후 사료 후원이 들어오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라 배씨는 한꺼번에 주는 것보다 적은 사료라도 지속적으로 후원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한편 입양 보낸 강아지가 또 다시 학대를 당하고 있지는 않은 지 걱정돼  찾아가 본 적이 있다는 배씨는 영양결핍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새끼 고양이를 매만지며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부탁의 말을 전했다.

“사람의 보호 속에서만 살던 개들이 길가에 버려지면 도저히 살아갈 길이 없어요. 얼마전 주인에게서 버림받은 강아지가 여기에서 나가 자기 집을 찾아간 일이 있었어요.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요. 처음에는 비싼 돈을 주고 강아지를 샀다가 단순히 털이 날린다고, 키울 형편이 안 된다고 무작정 버리는 것은 강아지에게 또 한번의 상처를 주는 일입니다. 한번 키운 강아지는 끝까지 책임을 지고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형아, 미야, 별이, 몽이, 깜이, 똥이..... 4백여 마리의 개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고 부르는 두 모자. 버려진 개들에게 새로운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되어주는 그들의 사랑이 한여름 태양보다 더 뜨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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