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뜸했었지~ 웬일일까 궁금했었지~ 혹시 병이 났을까~” 얼마전 3인조 댄스 그룹 ‘거북이’가 리메이크해서 발표한 ‘한동안 뜸 했었지’라는 노래다. 신선하고 재밌는 노랫말로 중고등학생 등 젊은 층에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TV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랫소리에 몸이 반응하며 저절로 가사를 따라 부르고 있다면? 당신은 낭만과 멋이 있던 대학가요제의 전성기, 7080세대다.
“젊은 사람들은 ‘한동안 뜸했었지’를 거북이가 처음 부른 줄 아는데 원래는 ‘사랑과 평화’가 부른 거에요. 요즘 들어서 다들 옛날 노래를 리메이크하고 있잖아요. 몇 년 전 이승기도 이선희가 부른 ‘J에게’를 리메이크했고 산울림의 ‘나 어떡해’를 윤도현이 부르면서 또다시 히트를 쳤죠”
7080 밴드의 이태근(44) 단장은 7080 음악이 화려한 부활을 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말한다. 그와 더불어 7080 밴드도 새로운 비상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2005년, 옛날 그 시절 노래가 그리운 사람들 몇이 모여 문을 연 7080 밴드는 12명의 그룹사운드 멤버와 3명의 통기타 멤버가 모여 양산에서 7080 음악을 부활시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처음에는 젊음의 그 시절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과거로의 여행’으로만 만족하다 올 해부터는 노인요양원과 무궁애학원에서 공연을 하면서 그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있다.
멋과 낭만의 7~80년대여“대학가요제의 역사와 함께 살아왔다고 볼 수 있죠. 제가 대학다닐 때가 84년도였는데 작은 거인 김수철이 ‘젊음 그대’를 불렀고 이선희가 ‘J에게’를 부르며 히트를 쳤죠”
기타를 맡고 있는 김경호(42) 씨는 84년 대학가요제 때 ‘소꿉친구’를 불러 부산대표로 서울에 올라간 적도 있는 실력파다. 그 시절 젊음을 피 끓게 했던 노래를 잊지 못해 지금도 이렇게 기타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고. 20년 넘게 장롱 속에 묵혀놨던 통기타를 3년 전에 다시 꺼내든 김상표(47) 씨 역시 중고등학교 때부터 통기타 하나 만으로 학교에서 인기몰이를 했던 실력파다.
“요즘 TV에 슈퍼주니어인가 하는 애들이 나오면 아이들이 난리잖아요. 우리 때는 송골매의 배철수가 마이크를 잡으며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부르면 심장이 막 터질 것 같았어요”
음악, 서로를 묶어주는 끈 70년대 밴드 멤버들 중에서 유독 나이가 어린 김상민(24) 씨가 눈에 띈다. 밴드 창립 멤버라는 그는 처음에는 기타를 배우러 왔다가 7080 노래에 반하고 사람들에게 반해 그만 밴드 멤버로 눌러앉고 말았다. “원래 우리가 30살 이하 친구들은 절대 받지 않는데 이 친구는 원래 우리 식구인 마냥 너무 잘 맞더라고요. 음악에 대한 열정도 넘치고. 그래서 회칙을 조금 어기기로 했죠”
너털웃음을 지으며 상민씨를 칭찬하는 이 단장은 7080 밴드의 또 다른 매력이 바로 사람들간의 정이라고 말한다. 음악에 대한 향수와 열정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모였기 때문에 이해타산이 없으니 그저 즐거울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음악이 있어 즐겁고 서로가 있어 더 즐겁다는 회원들은 이런 즐거움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오는 21일 두 번째 라이브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문화예술회관 야외공연장에서 펼쳐질 한 여름밤의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울기도 웃기도 많이 했지만 땀 흘린 만큼 멋진 공연을 선보일 거라는 자신감은 한결같다. 무더위도 식히고 그 시절 추억을 되살리고 싶다면 아이들 손을 잡고 구슬땀 가득한 이들의 공연을 보러가는 것은 어떨까. 통기타 멤버가 부족하다고 하니 그들의 연주에 가슴을 적신 사람이라면 같이 동참해보는 것도 인생 후반전을 멋있게 보내는 한 방법일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