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의 가정생활에 있어 전기는 수도, 가스와 함께 기초적인 자원에 해당한다. 따라서 전기의 공급이나 중단이 시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여름철 장마기간에 정전이 된다면 체감하는 불쾌지수는 거의 100 선에 육박하리라.우리나라에서 전기를 생산해 공급하는 기능을 담당한 한국전력공사는 정부 공기업으로서 다른 공기업 중에서도 특별히 경영상태가 양호한 곳으로 알려져 있고 소속 임,직원에 대한 대우도 뛰어나 젊은이들의 장래 희망 기업 선호도에서 항상 맨 위에 자리하는 기업이다.그런데 이런 우량한 경영의 배경에는 공격적인 전기요금 징수체계도 한 몫 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수요자들이 빠져 나갈 수 없을 만큼 단단한 징수 수단을 확보하고 있음이 알려졌는데 그것은 공정한 거래관계를 넘어서기도 하는 것이었다.예를 들면 상가 건물의 일부를 임대해 장사를 하다가 세입자가 바뀌면 명의자 변경을 신고하는데 이때 새로운 임차인이 전기요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건물주의 연대보증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최근 정부의 인감증명제도 개선사업에 따라 첨부제도를 변경하면서 건물주가 직접 한전 사무실에 출두해서 날인을 하도록 강요하기도 한다고 한다. 상가를 다수 보유한 건물주로서는 이만저만 피곤한 일이 아니다. 세입자가 바뀔 때마다 건축물 대장 등본이니 인감증명이니 발급받는 것도 귀찮은데 직접 가서 서명해야 한다니 요즘같이 국민고충을 덜어 주려는 참여정부의 시책에도 어긋나는 일이 아닌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차 이건 잘못됐다며 시정을 요구했다는데 어찌된 일인지 일부 지점에서는 여전히 관행을 따르고 있다고 한다. 물론 건물주의 연대보증 방법외에도 신청자가 3개월분의 전기요금을 개략 계산해 예납하는 방법과 이행보증보험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지만 이 모두가 시민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건물주가 가까운 곳에 거주하지 않는다면 일부러 한전을 내방해서 연대보증을 해 달라고 요구하기가 쉽지 않고 예치금을 내자니 적지 않은 돈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이행보증보험증권을 발행받자니 또 보증인을 내세워야 한단다. 이렇든 저렇든 일반 세입자의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도대체 한전이 누구덕에 큰 기업인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성장한 국가 공기업이 아니냐 하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한전에서는 최초 전력 공급시점으로부터 요금을 징수하게 되는 기간이 작게 잡아도 2개월 이상 소요되는 것을 감안할 때 체납의 부담을 줄이려는 경영책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기업의 경영목적의 달성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란 것이다. 하지만 손실을 최소화하는 조치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일반 국민이 수요자인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 일방적이고 고압적인 공급계약의 약관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싫으면 쓰지 말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가끔 공동주택 등의 경우에서 사업주의 부도나 도산으로 공동사용전기요금을 납부하지 못해 단전을 당하는 사례를 보기도 한다. 이런 경우 단전 이후에 요금을 납부하더라도 한전에서는 2달분의 요금 예치를 하지 않으면 다시 공급해 주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입주자들로서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이러한 것들을 종합해 볼 때 한전이 국민, 즉 수요자를 상대로 장사를 하면서 얼마나 일방적인 거래 관행을 고집하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한전이 전력 공급에 있어 시장지배적사업자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러한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수요자로 하여금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강요하거나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은 공정한 거래가 아니다.1961년 한국전력주식회사로 출발해 1982년 공기업으로 거듭난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까지 8년 연속 공기업에 대한 고객만족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러한 한전이 관행적으로 또는 자사 행정편의를 위해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기업행태를 지속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공의 복리 증진에 기여하는 공기업의 경영자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