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려? 내가 젊었을 적엔 좀 이뻤지~ 그나저나 이렇게 매번 고생해줘서 고마워”
훈훈한 증기로 가득 찬 목욕탕에서 김아무개(83) 할머니와 이경화(52) 씨가 친 모녀처럼 이야기를 나누며 목욕을 한다. 지난 21일 감사의 집 목욕탕이 한바탕 즐거운 물난리로 시끌벅적했다. 삼양교회에서 한 달에 한번 목욕봉사를 하러 온 날이기 때문이다. 삼양교회 목욕봉사팀은 매달 셋째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감사의 집 어르신들을 찾는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곳 만이라도 사랑을 나눠 아픔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목욕봉사가 어느새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는 마음만 앞서서 목욕을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이제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손발이 척척 맞는 답니다”
이경화 건사의 말대로 회원이 팔을 걷어붙이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어르신 19명을 씻기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1시간이다. 총 16명의 회원이 4명씩 한팀이 되어 2명은 빠르면서도 정성이 담뿍 담긴 손길로 온 몸을 구석구석 깨끗이 씻겨드리고, 2명은 목욕을 마친 어르신들이 춥지 않도록 물기를 닦아내고 옷을 입혀드린다. 이렇게 어르신들을 씻기느라 옷이 멀쩡한 회원들이 없지만 누구하나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물을 뒤집어 쓸 때마다 함박웃음이 얼굴에 피어난다.
임옥희(45) 회장은 “그저 저희 부모님이라고 생각해요. 열달 동안 배 속에 품어주시고 세상의 빛을 보게 해주신 그 은혜를 이렇게라도 갚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까요”라며 당연한 도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처음 다짐했던 그 마음가짐을 흐트러짐 없이 간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감사의 집 총무 오명미(47) 씨는 “저마다 봉사를 하겠다고 찾아오시다가 힘이 들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꾸준히 봉사를 해주시는 분들이 더없이 귀하고 감사하죠” 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찌는 듯한 무더위도 살을 에는 듯한 추위도 따뜻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있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삼양교회 목욕봉사팀. 자식들의 행복을 위해 한평생 고생한 이 땅의 모든 어머니를 사랑하는 그들의 해맑은 웃음이 있기에 아직도 세상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