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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알을 깬 지금이 새롭게 도약할 시간"..
사회

"알을 깬 지금이 새롭게 도약할 시간"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7/24 00:00 수정 2007.07.24 00:00
280랠리 산악자전거대회 완주
천성초 엄득호 학생

새벽 4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그칠 줄 몰랐다. 헬멧을 뚫을 정도로 거센 장대비를 헤치고 칠흑같은 어둠과 싸우며 달린 지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지나자 눈앞에 결승점이 보였다. 무려 41시간 50분 만의 완주였다.

지난달 30일, 충북 제천에서 산악자전거 최강자를 가리는 '280랠리 산악자전거대회'에서 엄득호(천성초6) 학생이 첫 출전에 완주를 하는 기쁨을 누렸다. 전국에서 80여개팀 400여명의 선수와 선수 지원조 200여명, 임원진 100여명 등 모두 700여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역대 랠리 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다는 지옥의 280랠리였다.

   
"끝없는 능선길에서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도중하차의 유혹은 끝도 없이 저를 따라다녔어요. 땡볕과 밤길과 폭우 속에서 쳐다보기도 싫은 긴 업힐과 손목이 저린 다운힐까지 매 순간이 저 자신을 시험하는 관문이었어요"

새벽 4시부터 36시간 동안 화당임도∼천등산임도∼지등산임도∼한국코타∼황석 금성간 비포장도로를 거쳐 피재골과 백년사를 넘어 덕동임도를 통과하는 장장 281km의 험난한 산악임도. 도전자 중 30% 정도만 완주한다는 이번 랠리에서 득호는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벌였고 당당히 승자가 됐다.

"한번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죠. 죽을 만큼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버티게 해 준 건 저 자신과의 약속이었어요. 여기서 포기한다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수줍지만 단호하게 말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듬직함은 13살 아이의 것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득호가 이렇게 자신의 삶에 대해 깊다면 깊다 할 수 있는 고민을 하게 된 것은 모두 산악자전거 때문이라고.

2년 전 큰아버지를 따라 산악자전거동호회에 가입한 득호는 매주 동호회 사람들과 전국을 누비며 산악투어를 다녔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힘겹게 넘어설 때마다 해냈다는 자신감이 쌓여갔고, 점점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일어서는 법을 배우게 됐다.

281km란 먼 길을 무사히 지나온 것처럼 앞으로도 산악자전거와 함께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겠다는 득호. 장난기 가득하면서도 진지한 그의 눈빛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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