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 피서철이 찾아왔다. 해마다 무더위를 피해 산과 계곡, 바다로 떠나지만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과 피서지에 발 딛을 틈 없이 북적거리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아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신선 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경험을 못해볼 망정 차와 사람에 치여 옴짝달싹 못하는 피서철이 싫은 사람들이 눈 여겨 볼만한 양산 지역 숨은 계곡 3곳을 소개한다. 유명한 피서지는 아니지만 마을 사람들만 알고 있는 숨겨진 명소. 한적한 곳에서 가족과 오붓한 나들이를 꿈꾸는 사람에게 적합한 숨겨진 양산의 계곡. 함께 떠나보자. 특별취재팀---------------------------------------------------------------------1. 새색씨처럼 수줍은 계곡- 상북 아씨밭골한 마리 용이 승천하는 듯 한 품새로 여름철 피서지로 인기만점인 곳을 찾았다가 많은 인파에 인상을 찌푸린 사람이라면 아는 사람만 찾는다는 ‘아씨밭골’을 추천한다. 꽃가마타고 말 탄 임 따라서 집을 나서던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서일까? 가던 걸음 멈추고 잠시 목을 축이던 아씨의 연분홍 볼처럼 수줍은 모습을 하고 있는 아씨밭골은 사람들 눈을 피해 홍룡폭포 계곡 오른편에 자리 잡고 있다. 홍룡폭포에 가기 위한 도로 입구에서 오른편으로 보이는 대석저수지가 끝날 무렵 대석저수지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나온다. 길 폭이 좁고 경사가 심해 대부분 스쳐지나가는 이길을 따라가면 아리따운 아씨밭골이 모습을 감추고 있다.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자만이 발견할 수 있는 이 길로 걸어서 1분 정도만 가다보면 작지만 5대 정도는 주차를 할 수 있는 곳이 나온다. 하지만 차를 대석마을에 주차하고 천천히 걸어서 가는 것이 좋다. 급경사인 작은 길을 내려가면 대석저수지가 눈 앞에 펼쳐지고 감탄사가 절로 나오지만 아직은 이르다.
대석저수지와 아씨밭골이 만나는 계곡 왼편에 눈에 잘 띄지 않는 나무다리를 찾아낸다면 이제부터 펼쳐질 아름다운 광경을 맞을 준비를 하면 된다. 한명이 겨우 건널 수 있는 나무다리를 지나 계속해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발길을 허락한 이들에게만 보여준 수줍은 아씨밭골이 고운 자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작지만 아담한 돌담길을 지나면 마을 주민이 가꾸는 텃밭이 나오니 농작물을 밟지 않도록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아씨의 넉넉한 마음 씀씀이를 느낄 수 있다. 발길 닿고 눈길 닿는 곳이 길이요, 절경이니 그저 마음이 동하는 곳에 자리를 펴고 계곡에 슬쩍 발을 담그면 천국이 따로 없다.
* 상북 아씨밭골 가는길홍룡폭포 입구 다리를 지나 5분쯤 가다보면 오른편으로 대석저수지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그 길로 내려가 계곡물과 저수지가 만나는 지점에 계곡을 건너는 다리와 공터가 보인다. 다리를 건너지말고 계곡 왼편을 보면 작은 나무다리가 보이는데 그 다리를 건너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2. 도심 속에 숨은 계곡 - 웅상 시명골휴가 기간은 짧고, 멀리 갈 여유가 없다면 ‘시명골’에서 시원한 여름을 보내자.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심 한가운데서 마술처럼 펼쳐지는 도심 속 숨은 비경이 바로 시명골이다.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웅상 시명골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명동(옛 웅상읍 명곡리) 화성 파크드림 아파트 공사현장 옆으로 시명산으로 오르는 샛길이 보인다. 친절하게도 샛길 입구에는 시명사, 청룡사, 기원정사, 시명골 쉼터 등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를 따라 걸어 올라가다 아파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이 길이 맞나?’라는 의심이 들 때쯤 시야가 확 트이면서 명곡 소류지가 나타난다. 이내 흙길로 변해버린 길을 따라 소류지 경치에 감탄하며 다시 한참을 올라가다 보면 마침내 1급수의 수질을 자랑하는 시명골이 모습을 드러낸다. 올라가는 길도 비교적 넓으니 차량을 이용해도 불편함이 없다. 시명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세에도 곳곳에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마음에 드는 장소에 자리를 잡고 산 위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냇물에 발을 담그면 수정처럼 맑은 물속엔 조그만 물고기들이 가득하고 심심찮게 도롱뇽과 다슬기도 볼 수 있다.
깊지도 않고 넓지도 않은 계곡은 가족단위 피서객이 물놀이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또 나무가 울창해 햇볕에 탈 걱정도 안 해도 되니, 나무 그늘에 앉아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벌써부터 소문을 듣고 찾아온 피서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올여름 어디로 갈지 고민된다면 가까운 시명골이 어떨까.
* 웅상 시명골 가는길국도 7호선을 타고 가다 웅상소방파출소 옆 길로 들어서 웅상초등학교를 지나 웅상성당 앞에서 맞은편 샛길로 진입하면 된다. 대중교통은 2001번이나 301번 버스를 타고 명동(명곡)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3. 법문이 흐르는 계곡- 원동 수암사이곳에는 양산 8경 가운데 하나인 배내골과 영화 ‘달마야 놀자’의 촬영지이기도 한 통도골 등 유명한 계곡이 즐비해 있다. 하지만 원동에서 좀 더 한적한 계곡을 원한다면 수암사계곡을 추천한다. 선장마을에서 오르는 산길을 따라 흐르는 수암사 계곡은 깊은 오지인 탓에 사람들의 발길이 아직 적은 곳이다. 하지만 계곡을 오르는 동안 조성된 원동수목원은 이미 유명한 가족 휴양지다. 원동수목원이 끝나는 지점부터 그 소박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폭이 1m에서 1.5m 가량의 수암사 계곡은 일명 안선장마을에서 늘밭마을까지 이어지고 있다. 발걸음이 적은 만큼 자연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어 그 어떤 곳보다 깨끗함을 자랑한다. 우선 안선장마을을 들어설 때쯤에 위치해 있는 첫 번째 교량을 지나면 사지목이라고 불리우는 계곡이 나온다. 계곡줄기 가운데 비교적 공간이 넓어 가족단위의 피서객들에게도 그만이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수암사가 나오는데 입구에 “나의 현재생황이 일체 세계라. 현재생황에서 자족을 얻으면 다시 얻을 도리가 없나리다. 사람이 아는 바는 모르는 것보다 아주 적으며, 사는 시간은 살지 않은 시간에 비교가 안될 만큼 짧다. 이 지극히 짧은 존재가광대한 범유의 것을 다 알려고 하기 때문에 혼란에 빠져 도를 깨닫지 못한다”고 써있다.
일상의 번잡함에서 찌들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글귀처럼 혼자만의 명상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물론 수암사를 따라 500m쯤 걸어가면 볼 수 있는 50m 규모의 불암폭포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로 시원한 폭포소리와 함께 세상의 번잡함을 잊게 해준다.
* 원동 수암사 계곡 가는길원동에 가는 지방도 69호선을 타고 배내골 방향으로 가다보면 오른편에 선장마을이 보인다. 대중교통은 원동면에서 태봉으로 가는 3번 마을버스를 타고 선장마을 입구에서 내려 널밭마을로 가는 산길을 따라 걸어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