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로 하여금 애국심과 민족애를 북돋우고 시민으로서의 긍지를 심어주기를 염원하는 대형 태극기는 그 크기만큼이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태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애초 시의회에 추경예산으로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할 당시만 해도 혹시 의회에서 만류하면 계획 자체를 재고해 볼 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시에서는 대형 태극기의 게양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경남도 예산을 얻어 오면서까지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시의회에서는 당연히 항의하고 나섰다. 시민의 혈세로 전시성 사업을 집행할 수 없다는 외에도 대형 태극기가 시민생활에 도움을 주는 꼭 필요한 사업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의원들은 도 예산도 주민의 세금인 만큼 잘못 쓰여진다면 결국 혈세의 낭비일 것이므로 경남도를 방문해 항의할 예정이라고 한다.우리는 이 시점에서 시의 고집스런 사업추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국가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의 요구가 점차 지양되고, 주요 행사의 의전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의 낭독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에 느닷없이 대형 태극기의 설치가 웬 말인지.백번 양보해 시민들의 자긍심 고취와 커져가는 시세(市勢)의 상징으로 과시한다고 하자. 인근 부산시 금정구의 고속도로 입구에 펄럭이는 그것을 연상해 보자. 그렇다고 해도 우리 시의 운동장 광장에 휘날리는 태극기의 크기가 금정구의 그것보다 더 커서 위용을 자랑한다고 해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 또 하나 우리는 금정구의 그것만큼 용도의 객관성이 결여돼 있다. 금정구의 그것은 부산으로 들어가는 관문의 위치에다 만남의 광장 역할을 겸하고 있다. 종합운동장 광장에 자리해 단지 그 자체의 위용만 자랑하는 경우와는 그 기능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더구나 금정구의 대형 태극기는 특정 건설업체에서 3억여원을 들여 조성해 구청에 기증한 것이다한발 물러서 양산을 상징하는 의미로서 설치를 받아 들인다는 시민들이라도 바람에 나부끼는 태극기의 수명이 한,두달에 불과하다면, 그 때 마다 교체비용이 수백만원에 달한다면, 야간에 비추는 조명을 위한 전기요금 등 유지비용을 포함해서 연간 천만원 이상이 지속적으로 소요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무턱대고 환영할 수는 없으리라.양산시는 그동안 지자체 홍보와 관련된 사업을 펼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전시행정이나 과시용으로 오인받을 만한 몇 가지 사례를 지적받은 경험이 있다. 양산시의 캐릭터인 ‘양이와 산이’를 비롯해 타 시, 군의 그것과 유사해 논란을 빚었던 캐치 프레이즈 ‘액티브 양산’을 시민들은 기억한다. 또 신도시 건설과 함께 시의 상징으로 건설하고 있는 양산타워는 시행 과정에서 사업비 확보를 둘러싸고 말이 많았지만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양산타워는 그 높이가 160m로 국내 세 번째 규모라고 소개돼 왔다. 이렇듯 양산시의 지역 이미지 제고를 위한 여러 사업의 추진과정이 보다 실질적이지 못하고 시민생활에 보탬이 되지 못하는 다소 전시용으로 흐른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양산시의 입장에서 보면 시민들의 혈세를 쓰지 않고도 경남도 예산을 받아 와 당초 목적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내세울만 하다. 하지만 도지사가 재량을 행사해 시의 사업비를 지원하는 것이 늘상 있는 일이 아니라고 본다면 보다 유용한 사업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시가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업에는 아직도 예산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너무도 많다. 시 청사의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 설치라든가 보건복지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의 수혜 대상이나 시간을 대폭 줄여 시행하므로써 실제 필요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중증 장애인에 대한 지원사업 등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시기다.시가 경남도로부터 대형 태극기 설치를 위한 재정보전금 3억5천만원을 받아 오기까지 기울인 노력은 격려할 만 하지만 보다 절실한 주민복리 증진을 위한 사업의 예산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