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교 다닐 때 방학은 방학숙제가 있기는 했지만 공식적으로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다. 그런데 요즘의 방학은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수업이 진행되는 날이다. 단지 학교가 학원으로 바뀌었을 뿐이고, 오후수업이 줄었다는 점이 다를 뿐... 그나마도 고등학생은 예외다. 짧게는 2~3일에서 1주일 정도의 휴식이 있을 뿐 방학이 사라졌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방학이 아닌데도 학교를 가지 않거나 아예 학교를 그만둔 아이들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 한 해에 10만명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물론 정규 학교가 아니어도 대안학교나 홈스쿨을 할 수도 있고, 검정고시를 통해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나아가 학력이 굳이 필요치 않다고도 하지만 섣불리 결정하기 힘든 방법이거나 특별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의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거나 그만두는 이유가 무엇이며, 그 시간동안 무얼 하며 지낼까? 그리고 학교를 다니지 않고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려고 하는 것일까? 주변에 보이기도 하고 듣기는 했는데 막상 내 아이가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자신의 선택이니 아이와 가족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가? 우리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M은 중2때 집단폭력을 당했다. 이후 학교 적응이 힘들었고 고2때 자퇴를 했다. 엄마의 격려로 검정고시 준비를 해보지만 뜻대로 잘되지 않는다. S는 친구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기는 했지만 중학교 때까지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고1이 되어 급성 우울이 와서 학교를 그만두었다. 부모는 어찌해야 할지 방법을 못 찾고 있다.U는 초6때부터 전학을 보내 달라 졸랐고 반복 가출을 통해 부모도 지쳐간다. 중3인 현재 가출 상태이다. P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엄마의 경계선 지능장애 형에 대한 편애로 생긴 가족갈등이 학업중단을 촉발하여 고1때 자퇴를 했다. 다시 복학을 하고 싶지만 가출 등의 비행요인이 복학을 어렵게 하고 있다.청소년지원센터를 통해 만난 학교 밖 청소년의 모습이다. 어떤 형태가 되었던 아이와 가족이 함께 고민하고 있다면 나름의 방안을 찾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가족이 해체되었거나 지원체계가 미약하거나 그마저도 아예 없는 아이들은 무방비로 내동댕이쳐져 무학-무직-빈곤의 악순환에 빠져들게 될 확률이 높다. 이는 결국 그들을 소외시킨 사회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이들을 위한 튼튼한 지원체계가 있어야 한다. 맘 편히 갈 수 있는 공간에서 스스로를 소중하게 키워갈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리고 지원하는 사람과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 자신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두가 리더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모두가 리더가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굽은 소나무가 고향을 지키게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