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15년 가까이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미술교육을 하고 있어 나름대로 전문가라고 큰소리를 쳐도 될 법 하지만 난 아직도 자신이 없다. 솔직히 아동미술은 단순히 미술적 지식으로 접근하기엔 충분하지가 않다. 기능이나 표현중심의 미술교육에서 탈피하여 아동들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사고를 창의적 발상과 능동적 수업으로 유발하기 위해선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아이들의 개성이 제각각 다른 것이기에 부모나 교사가 서로 충분한 대화와 상담을 통하여 교육해 나가는 것이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라 생각한다. 이태리의 레지오에밀리아 시에서 40년동안 운영되고 있는 유아 프로그램(엄밀히 말해서 미술교육은 아니지만)은 그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교육체계의 한 예로서 알려지고 인정받게 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출생에서부터 6세까지의 영유아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주변을 탐색하고 다양한 ‘언어’, 다시 말해서 말, 몸동작, 선그림, 페인팅, 조각, 그림자 놀이, 콜라쥬 그리고 음악 등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통해 자신들을 표현하도록 격려하고 있다. 이처럼 유아때 부터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또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도 미술이나 음악의 영역을 좁히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 교육 실정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유아교육을 아무리 잘 하더라도 초등학교에 진학하면 막상 예,체능 부분은 형식화 되고 만다. 일선에 있는 교사조차 미술교수 능력과 실기 장소, 현실적 수업시간의 안배 등에서 불합리하게 짜여져 있는 게 현실이고 사설학원조차 시간에 쫓겨 사는 아이들에게 창의적 수업을 도출해 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 아이들의 세계에서 창의성을 배제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모두들 입을 모아 창의성! 창의성! 하지 않는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15년이라는 세월 속에 아직도 자신이 없다는 부분이 바로 이 현실적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 하는 점이다. 그렇다고 미술이 아동에게 미치는 목적과 영향력이 분명한데 대충 할 수는 없다. 창의성은 백지상태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전혀 개발되지 않는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며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지도에 의해 효율적으로 개발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부모들이여, 타고난 유전자 개념은 버려도 좋다. 모든 아이를 미술적 천재로 만들 수도 없고 필요도 없지 않는가? 영어나 수학처럼 미술 또한 아이들이 커 나가는데 필요한 영양소이다. 아이들이 자라서 이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이 될 때 어떤 분야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자신만의 독특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휘하는 것이 곧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스스로에게 끊임없는 에너지를 쏟게 하여 삶을 보다 역동적으로 만들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