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필립모리스, 태창 등 양산의 중견 기업들이 잇달아 양산 시대를 접고 새로운 터전으로 공장을 이전한다는 계획을 세운데 이어 중견 기업 2곳이 나란히 이전 계획을 발표해 ‘기업하기 제일 좋은 도시’를 표방해온 양산시의 기업 정책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주차용 철구조물과 자동포장 결속기 분야에서 우량기업으로 평가되어온 (주)디에스아이(대표 김진철)가 부산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 지방산업단지로 공장을 신축, 이전키로 한다고 밝혔다. 양산지방산업단지에 지난 1987년 입주한 (주)디에스아이는 최근 주력 시장으로 임플란트용 의료기기 생산과 판매를 위해 이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디에스아이는 센텀시티 지방산업단지 부지 6천614㎡에 연면적 1만516㎡ 규모의 신축공장과 의료기기 사업을 위한 연구소, 임상시험센터, 생산시설 등을 내년 7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디에스아이 관계자에 따르면 “공업용지 지가는 부산이 훨씬 높지만 우수 인력 수급, 해외 바이어의 대외적인 인지도 등 새로운 도약을 위해 부산이 양산보다 더 많은 장점이 있다고 판단, 이전 계획을 수립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덕계동에서 자동차용 도어벨트와 몰딩부품을 생산해온 (주)세동(대표 윤영식) 역시 최근 부산 기장군 장안산업단지로 이전할 계획이다. 부지 3만2천여㎡를 매입한 (주)세동은 오는 2009년부터 공장 신축에 들어가 2010년 상반기 입주를 목표로 본사와 기술연구소, 주요 생산라인 등을 이전해 세계 10대 자동차 부품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양산을 기반으로 성장을 거듭한 중견기업들이 잇달아 이전계획을 수립하게 된 것은 단순히 공업용지만을 확보하는 것이 기업 지원 정책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두 업체 모두 양산보다 지가가 높은 곳으로 확장 이전을 계획하게 된 배경에 대해 ‘도시 브랜드’라는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 기업이 있는 도시의 브랜드 가치가 지가 보다 더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결국 양산은 지가가 부담이 되는 영세기업들이 잠시 성장을 위해 머무르다 재도약을 위해 떠나고 마는 ‘징검다리’ 형태의 공업지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올해 8월 현재까지 양산시에 공장 등록을 허가받거나 계획이 승인된 업체는 모두 123개 업체. 이 가운데 상시 종업원 수가 10명 이하인 업체는 68개 업체로 전체 업체의 절반이 넘는다. 또한 종업원 수가 50명 이상인 업체는 9개 업체에 불과하다. 이번에 이전을 계획하는 (주)디에스아이는 종업원 수가 162명, (주)세동은 278명이다. 물론 종업원 수를 기업 규모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제조업으로 등록된 업체이어서 종업원 수가 10명 이하인 기업들의 영세성을 짐작할 수 있는 수치이다.
양산에 등록된 기업체 수는 늘고 있지만 정작 내실을 다지고 있는 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