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여간 케이블방송과의 법정투쟁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낸 쌍용아파트 주민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한 일이 믿기지 않는 표정이다. 쌍용아파트 836세대는 지난해 4월 CJ케이블넷 가야방송이 일방적으로 수신료 인상과 채널 변경을 한데 반발하면서 케이블방송 계약을 해지하고, 1천600만원을 들여 자체적으로 위성안테나를 설치했다. 이에 CJ케이블측은 ‘위성방송을 통해 일부 유료방송을 시청하는 등 현행 방송법을 위반했다’며 아파트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부회장 등 3명을 고발했다.1년간 진행된 케이블방송사와 시민들간의 법정 공방은 지난 23일 울산지법 제6형사단독(판사 정만규)은 선고공판을 통해 “입주민 스스로 결의에 따라 텔레비전 공동 시청 안테나 시설을 설치해 지상파 방송, 무료위성방송을 수신하는 것은 중계유선방송사업을 한 것이라 할 수 없다”며 CJ케이블측이 주장한 방송법 위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스스로 시청권 확보를 위해 주민들이 위성안테나를 설치한 것은 비영리를 목적으로 한 자치 활동으로 간주한 셈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지역별로 독과점 형태로 운영되는 케이블방송의 횡포에 대해 ‘채널 주권’을 요구해온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쌍용아파트 주민들은 1년여간 소송을 진행해오면서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특히 검찰조사 과정에서 입주자대표 2명은 불기소, 관리소장은 약식기소 처분을 받아 벌금을 내면 그만인 일이었지만 이에 불복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하게 된 것은 서비스 제공업체가 고객을 상대로 낸 소송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쌍용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이규달 회장은 “소비자 주권과 주민 자치권이 걸린 소송이라며 주민들을 설득해 소송을 이끌어 왔다”며 “이번 판결은 그동안 방송사들이 소비자를 얼마나 우롱해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CJ케이블측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현재 쌍용아파트 주민들은 위성방송을 통해 지상파 방송과 아리랑 방송, 일본, 중국 등 각국의 위성방송을 시청하고 있지만 기존 케이블방송 수신 때보다 불편하다고 말하는 주민들은 없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유해한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대신 가족과의 대화가 늘어나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