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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학교를 아예 시장판으로 만들 셈인가..
사회

학교를 아예 시장판으로 만들 셈인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8/28 00:00 수정 2007.08.28 00:00

대학에서 '본고사와 논술을 잘 보기 위해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회사'를 사무실까지 내주고 있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사교육업체가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도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 일인데 하물며 국립대학이 산학협력이라는 이름으로 업체와 부화뇌동해 벌써 3년째 돈벌이를 하고 있어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학에는 '스터디코드'라는 이름의 업체를 설립한 목적이 서울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이 스터디코드는 수십만원이나 하는 동영상 강의료도 그렇지만 '4달만 공부하면 중3 성적이 고3 성적으로 업그레이드 된다'느니 '교과서는 중요하지 않다'느니 '학교 수업은 다시 복습할 필요가 없다'느니 하는 해괴한 발언까지 하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이러한 여건은 김진표교육부총리 시절인 2005년 2월 '대학설립운영규정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대학 부지에 영리를 목적으로 기업, 자치단체 등이 각종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6월 31일 서울.수도권 지역 대학 총장 간담회 자리에서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교육력 향상 방안'을 보면 수업역량 및 학습력 제고를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규제완화 및 제도개선을 통해 대학재정 확충을 지원하며, 성과중심의 경쟁체제 구축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재정 확충'이란 자본화, 상업화, 권력화도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사립대학이 재산을 처분할 때 정부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하는 금액도 3억원에서 10억원 이상으로 기준을 바꾼다. 그리고 300여 개 사립대가 미래에 건축 비용 등을 위해 쌓아둔 적립금 5조 7천억원을 채권.주식 등 유가증권에 투자할 수 있으며 대학이 백화점, 수퍼마켓, 기원, 영화관을 직접 운영할 수도 있도록 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록금이 그렇고 대학 안에 아예 돈벌이까지 할 수 있는 주류 음식점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이 그렇다. 이러한 방침을 보면 교육부가 대학에 무슨 약점이라도 잡힐 일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대학이 얼마나 무서웠으면 '내신성적을 가능한 한 30%까지만 반영해 달라'고 애원까지 했을까?

정상적인 시장논리로는 이해가 안 되는 대학의 치부현상은 정부의 특혜 때문이다. 이제 대학은 올 하반기부터는 대학 내 남는 부지를 외부에 임대해 영화관이나 대형서점 같은 문화·출판시설, 운동시설, 주차장 등을 설치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리게 됐다. 또 사립대학의 적립금을 제2금융권에도 투자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고치겠다고 한다.

교육부는 시장논리를 추구하면서 '3불정책 고수'와 같은 이중정책을 펴 오다 이제 노골적으로 '대학 교육력 향상 방안'과 같은 시장논리를 허용하겠단다. 그러나 시장에는 단순하게 물품을 교환하는 고전적인 장소로서의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자급자족시대 잉여물품을 교환의 시대를 넘어 팔기위해 만들어지는 상품이 교환되는 시장은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게 된다. 자본운동의 목적은 이윤추구에 있다. 대학이 기업 활동에 참여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한다면 공익을 위한 자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염불에는 뜻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는 말이 있다. 대학이 수익사업을 하는 시장기능까지 감당하게 되면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구실을 할 수 있을까?

'스스로 돈을 벌어서 대학을 운영하라'는 교육부의 시장정책은 대학이 학문의 전당으로서 구실을 포기하라는 폭탄선언에 다름 아니다. 대학이 운영하는 편의시설 내에 주류 음식점까지 허용된다면 문제는 더더욱 심각하다.

당장은 교육단체의 여론을 피해 공익성을 띄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결국은 기숙사비를 인상시켜 지방학생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다. 여기다 체육관이나 교육 관련시설조차 민간자본이 투자해 운영하면 돈을 내지 않으면 이용하지 못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이제 학교라는 이름대신 '00대학 시장'이라는 간판을 바꿔달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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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경북 영덕에서 태어난 그는 그 또래 사람들이 그렇듯이 6·25사변과 4ㆍ19. 5ㆍ16이라는 역사의 격변기를 겪으며 살아 왔다. 뒤늦게 교육운동에 뛰어들면서 교사가 할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깨닫고 참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
현재 김용택과 함께하는 참교육 이야기와 MBC 미디어 센터에서 ‘김용택의 교육 이야기’를 제작해 매 주 월요일 방송하고 있다. 저서는 《이 땅에 교사로 산다는 것은/도서출판 불휘》, 《현대사 자료집 /전국역사교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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