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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니라 차가 도시의 주인이 된 모습이다. 도로에 차량이 늘어날수록 사람이 밀려나고 있다. 2010년 인구 30만 시대를 외치는 양산시. 인구유입을 위해서는 쾌적한 주거환경은 필수다. 이제 사람 중심의 보행환경을 생각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사람이 밀려나고 있다 "이게 사람이 다닐 도로입니까? 도대체 어디로 다니라고요? 인도 가운데 떡하니 가로등이 세워져 있는데…"올해 초 확장공사를 마친 상공회의소~양산중학교 간 도로. 원활한 차량흐름을 위해 일방통행을 양방통행으로 전환하고, 도로폭도 2m가량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인도는 줄어버렸다. 게다가 가로등과 각종 교통 표지판이 인도를 점령하면서 실질적인 보행공간은 더욱 좁아졌다. 이 구간의 인도는 1.5~2m 남짓으로 성인 두 명이 나란히 걸어가기 힘들다. 인도가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차도로 내몰리고 있다. 그나마 인도가 있는 곳은 다행이다. 평산동 선우 4~5차 아파트 앞 도로. 회야천 상류지역을 따라 지나는 이 도로는 주변 아파트단지 주민들뿐만 아니라 웅상여중, 웅상중, 웅상고, 천성초 등 4개 학교가 밀집해 있어 학생들의 주요 통학로로 이용되는 도로 중의 한 곳이다.하지만 인도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도로 가장자리에 그어진 황색실선 안쪽 50cm가량 공간이 고작이다. 또한 지난 6월에는 양산시가 시가지 일대에 꽃길을 조성하면서 옛 1077호 지방도 동면 내송리~사송리 약 2km 구간 갓길에 금계국 수십만 포기를 심어 보행자를 차도로 내모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밖에도 좁은 인도에 화분과 화단을 조성해 보행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곳도 있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의아해지는 대목이다.
▲장애인은 말할 것도 없다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 보행약자들에게 양산시 도로는 그야말로 나서면 고생인 곳이다. 둘쭉날쭉한 인도에다 안전을 위해 설치된 각종 도로 시설물은 되레 안전을 위협하기 일쑤다. 건널목과 인도가 연결된 곳의 인도 턱(경계석) 기준은 2cm. 하지만 기준을 만족하는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 5cm 이상이고, 심지어 30cm를 훌쩍 넘는 곳도 있다. 휠체어를 타고 내려갈 수는 있어도 다시 올라올 수는 없다. 때문에 전동휠체어를 타고 차량들 틈 사이를 비집으며 힘겹게 다니는 장애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시각장애인들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인도와 차도 경계에 설치된 볼라드(차량 진입 억제용 말뚝)도 제 역할을 상실한 채 일명 '무릎지뢰'로 불리며,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따르면 볼라드 규격은 높이 80~100cm, 지름 10~20cm, 말뚝 간격 1.5m이상에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질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구도심에 설치된 볼라드는 대부분 높이가 30~50cm에 불과해 시작장애인이 이를 식별하지 못하면 쉽게 걸려 넘어진다. 또 콘크리트로 된 것도 상당수라 장애인을 배려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에 점자블록도 갑자기 끊어지거나 파손된 곳이 많아 힘겹게 길을 나선 장애인들을 절망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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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확장공사를 마친 상공회의소~양산중학교 구간 인도 한가운데 가로등이 설치될 예정이어서 보행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학생들이 좁은 인도에 설치된 각종 도로시설물을 피해 걷고 있다. 남부시장 도로는 인도가 좁고 인도 턱이 높은데다 장애인을 배려한 관련 시설물이 없어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차도로 아슬아슬하게 다니고 있다. 시가 양산고등학교 뒷편으로 희망마을을 지나는 도시계획도로를 개설하면서 인도를 설치하지 않아 이 도로를 이용하는 학생들의 주민들의 사고위험이 높다. (왼쪽부터) | ||
▲인도 시설물 관리부터 해야 양산시의 설명대로 신흥공업도시로서 도로망 확충 등 관련 인프라에 우선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고, 예산 또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인도 관련 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대목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언제까지 인도 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려야 하냐는 것. 예산이 없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인도의 시설물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도로의 구조 및 시설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인도는 보행자의 통행량을 고려하되 최소 1.5m 이상 돼야 하며, 가로수 등 도로시설물을 설치할 경우 1m를 추가해야 한다. 하지만 양산지역 인도는 이 기준을 만족하지 않을 뿐더러 가로수, 가로등에다 각종 입간판, 전신주박스 등 시설물이 보행을 가로막고 있다. 도로계획을 세울 때 인도 위 도로시설물의 위치를 고려해 진행하는, 사람을 우선 배려하는 행정적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 전국 도시는 지금>> 꽉 막힌 인도, '명품거리'로 변신중전국 광역자치단체들은 최근 도심 외관을 산뜻하게 꾸며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기존 도심에 '공공 디자인'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 지역적 특색을 더해 관광상품화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먼저 서울시는 '디자인 서울'을 외치며, 2010년까지 간판, 보도블록, 가로 판매대, 벤치, 휴지통 등 거리 시설물을 통합 정비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콘크리트 보도블록을 목재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목재 보도블록은 딱딱한 도심이미지를 한결 부드럽게 바꿔주고,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 줄 수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울시 서초구와 경기도는 깔끔한 도심 이미지를 위해 간판과 표지판을 바꾸기로 했다. 서초구는 낡은 동사무소 표지판을 새 디자인으로 바꾸고, 경기도는 새로 건설된 광교 신도시 간판에 빨간색과 검정색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같은 건물에는 같은 형태와 규격의 간판을 달도록 했다. 이밖에 전남도는 남도 문화가 깃든 전남 만들기에 주력하고자 '좋은 광고 간판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한편, 도심 이미지에 지역 특색을 더해 미관을 살리는 곳도 있다.부산시는 국내 최대의 해안도시라는 이미지에 걸맞은 도심 이미지를 위해 해안경관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으로, 조명을 최대한 활용해 야경이 탁월한 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또 대구시는 대표적인 도심인 동성로를 보행자 문화공간으로 꾸미기로 하고 '찾고 싶은 동성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