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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가슴 따뜻한 ‘74년 만의 생일잔치’..
사회

가슴 따뜻한 ‘74년 만의 생일잔치’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9/04 00:00 수정 2007.09.04 00:00
중앙동적십자봉사회
어버이 결연세대 생신 챙겨드려

“생신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할머니 생신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노래가 끝나자 모두 한마음으로 촛불을 불어서 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퍼붓던 이 날, 작은 방 한편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일잔치가 열렸다.

지난달 29일, 퍼붓는 빗속 에도 강아무개(74.중앙동) 할머니 댁이 오랜만에 사람들로 북적였다. 중앙동 적십자 봉사회(회장 윤애경)에서 어버이 결연을 한 강 할머니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찾은 것이다.

5명의 회원은 새벽부터 정성을 들여 준비한 따뜻한 팥밥과 미역국, 그리고 조기와 가지전, 호박무침을 부산히 꺼내 금세 한 상 가득 차렸다. 사랑을 담은 음식은 보는 이의 마음마저 따뜻하게 만들었다.

“아주 고마워서 말이 안 나오네. 너무 고마워요. 어느 누가 이렇게 차려주겠어요”

강 할머니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연방 고맙다는 말만 반복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이 바로 강 할머니가 태어나서 처음 받은 생일잔치 상이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지 않았기에 자식도 없었고, 친정 식구들과는 연락이 잘되지 않아 70이 넘는 세월 동안 ‘생일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했다는 할머니. 하지만 오늘만큼은 사랑스런 딸과 며느리가 많다며 눈물을 그치고 함박웃음을 지어 보이신다.

윤애경 회장은 “올해 처음으로 3세대와 어버이 결연을 했는데 마침 오늘이 할머니 생신이라서 음식을 준비했다”며 “할머니가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새벽부터 요란을 떤 보람이 있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는다.

할머니께 맛있는 반찬을 직접 먹여드리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던 회원들은 다른 곳으로 사랑을 전하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남은 음식은 노인정에서 친구들과 나눠 드시라며 다음에 또 오겠다고 말하는 그들이 있기에 ‘행복한 생일잔치’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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