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는 살아 있는 낯선 것을 잡아챈 기록이다. 생선가게에서 죽은 생선을 고르는 것이 아닌 계류 속에서 몸 뒤채는 놈, 대양을 유유히 헤엄쳐 가는 바로 그 놈들을 잡아챌 때의 퍼들거림을 기록한 것이다. 시(詩)는 막 눈 뜬 새끼 강아지를 두 손바닥으로 감싸 안았을 때의 따뜻함과 녀석이 낯설어 바르르 떨며 감추는 울림이다. 선친 제사 끝나고 내일 출근해야 한다며 차에 오르는 셋째, 자고 가라하는데 안 된다며 일어서는 것 잡지 못해 팔순 넘기면서부터 기력이 쇠해 거동 불편한 어머니, 당신보다 벌써 더 자란 손자 손녀 손에 쌈짓돈을 쥐어주는, 이제 다 늙은 손의 떨림이다. ‘시를 쓰면서 가르치는 내게 있어 시란 무엇일까?’
보광고등학교 국어교사인 문학철 시인은 이런 물음을 던지며 책을 시작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시는 ‘퍼들거림’이오, ‘떨림’이오, ‘삶’이라고 말한다.그가 교단에 선 이래로 학생들과 함께 문학을 공부하고 감상한 세월이 20여년. 그 시간들을 함께한 결과물이 고스란히 담긴 한 권의 책이 발간됐다. ‘관광버스 궁둥이와 저는 나귀’는 문학철 시인이 지역 주간지인 ‘양산시민시문’의 시가 있는 마을이라는 코너에 5년 동안 연재했던 시 평론들을 주제와 소재에 따라 묶은 책이다. 이 책은 기존 평론과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 ‘땡감과 애 먹이는 녀석들’, 가족을 소재로 한 ‘호두캐기’, 삶과 죽음, 서정을 주제로 한 ‘향을 묶다’, ‘인연’, ‘욕심 한 짐’ 등 5가지 주제로 나눠져 모두 69편의 시와 평론이 수록돼 있다. 이 책의 특징은 그 동안 우리가 배웠던 주관적인 시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틀에 박힌 평론을 하려했던 시 평론의 오류에서 벗어나 다분히 주관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평론을 가미했다는 점이다. 그가 책머리에서 설명했듯 퍼들거고, 떨리는 시를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 속에서 설명한 것이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수필 같은 시 평론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