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있지 않으면 민족고유의 명절 추석이다.나날이 풍성해지고 있는 가을들판처럼 서로 간에 훈훈하고 넉넉한 정을 나누며 보내야할 추석이 다가올 때마다 몇년 전부터 시청에는 ‘양산시 공무원은 추석 선물을 주지도 받지도 않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리곤 한다. 공무원 노조가 설립된 이후 해마다 명절이면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명절을 만들기 위해 공무워 노조가 실천하고 있는 작은 캠페인이지만 정작 현수막을 내걸어야 하는 심정은 안타깝기만 하다. 과거 총칼로 권력을 찬탈한 정통성 없는 군사정권은 공무원을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하수인으로 만들었다. 공무원은 시민사회와 떨어져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을 단순히 움직여가는 톱니바퀴로 역할이 한정되었다. 이 시기에 공무원들은 통제적 국가의 하부 기능을 담당하는 기능인으로 위치 지워졌을 뿐 ‘시민’도 아니었고 ‘국민’도 아니었다. 위계적이고 권위적인 구조 속에서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에 반발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각종 비리에 대한 내부 고발은 모든 것을 박탈당할 것을 각오하는 일생일대의 결단이 되어야 했으며, 전근대적인 연고나 지연, 학연 등이 합리성이나 상식에 기초한 조직운영을 저해하여 결국 비능률과 무책임, 무소신을 되풀이하는 관료제의 병폐로 자리 잡게 되었다.이러한 병폐는 자연스럽게 ‘공무원=부정부패’라는 국민들의 인식을 만들게 되었고 그 결과는 오늘까지도 국민들의 머리 속에 공무원 조직에 대한 강한 부정의 의미를 자리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현재 과거의 권위주의적 사회운영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민주적 운영방식을 구축해야 할 시점에 있다. 공무원노조는 노조의 기본적인 속성인 조합원들의 권리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해 주체로서의 성격과 국가민주화를 담당해야 할 공공적 조직으로서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공공적 조직으로서 공무원 노조는 부정부패 추방과 공직사회개혁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출발했다. 아직 관 주도의 정책이 힘을 얻는 사회 분위기와 공직사회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공직사회를 개혁하는 것이 곧 사회를 개혁하는 토대이며, 부정부패 척결은 아래로부터 관료사회의 병폐를 치유하는 것이다. 매년 불거지는 관경유착이라는 비정상적인 로비성 자금 조성을 근절하여 기업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강화하는 것이다.부정부패 척결은 국가적·국민적인 개혁 정책임을 공무원노조는 잘 알고 있다.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의 대상이 된 공직사회를 이제는 공무원노동조합이 개혁의 주체로 당당하게 나서겠다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의 자정노력을 통해 우리 내부의 부정과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것이다.올해도 추석을 맞이하여 공무원노조에서는 ‘명절에 선물을 나누는 우리의 미풍양속이 공직사회 내에서는 뇌물이나 청탁의 방법으로 잘못 이용돼 부정부패의 고리가 되고 있다’고 판단, ‘전 관공서에 추석선물 안주고 안받기 현수막 게첨’, ‘공무원 자정 결의’, ‘내부 비리 고발제도’,‘관급업체에 대한 호소문 발송’, ‘추석 부정부패 밀착감시단’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2002년 공무원노조 출범이래 매년 꾸준히 이러한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국가와 시의 투명도 지수가 계속 향상되고 있다. 지금의 노력이 앞으로는 결코 부패가 없는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는 걸음이라는 믿음으로 공무원노조의 ‘부정과 부패 추방 운동’이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많은 지지와 성원 바라며, 검소하고 즐거운 명절이 되기를 기원한다.
서 민 수
전국민주공무원노조
양산시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