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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칼럼] 장애를 이기는‘할 수 있다’는 믿음..
사회

[박성진 칼럼] 장애를 이기는‘할 수 있다’는 믿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9/18 00:00 수정 2007.09.18 00:00

이희아는 불치병을 앓고 있다. 그것도 말기의 중증을. 이름하여 ‘공주병’.

늘 희아와 동행하는 엄마가 말하는 것이니 그대로 믿어도 좋을 듯 하다. 지체장애 1급인 희아는 손가락이 두 손 합쳐서 네 개 밖에 없고 다리도 없는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피아노를 치는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곤충의 더듬이처럼 이상하게 생긴 두 손가락 사이로 펜을 끼워 사인을 하는 솜씨가 여느 연예인 못지 않게 재빠르고 유쾌하다.

어떻게 저런 몸을 하고도 순박한 미소를 유지할 수 있는지 궁금했지만 그 의문은 금방 풀렸다. 희아는 자신이 보여주는 것으로 다른 장애우들을 도울 수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자신이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것이 한없는 사랑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실천하는 인생을 살고 있었다.
중증 장애를 이겨내고 ‘네 손가락의 천재 피아니스트’로 전 세계인들로부터 감동의 박수를 받고 있는 이희아는 몇 년전 의사로부터 더 이상 피아노를 치지 말라는 선고를 받았다고 한다. 또 대퇴부만 남은 하체를 걷는데 쓰면 안된다는 충고를 들었다. 무리한 연주가 퇴행성 관절이라는 진단을 가져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희아는 피아노 연주를 중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여생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마저 순리로 받아들이고 더 많이 청중 앞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희아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행정기관의 높은 분을 만나는 자리에서 꼭 장애우들의 편익을 위한 전용 엘리베이터나 리프트, 휠체어택시 등을 많이 만들어 달라고 얘기한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의 연주활동이 자신한테도 즐거움을 주지만 다른 장애우들에게 큰 위안이 된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중증의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자존감을 높이 유지한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인간들은 대부분 작은 실패에 민감하고 불행과 맞딱뜨릴 때 쉽게 좌절하게 된다. 사업의 실패와 생활고, 병마의 발견, 지인의 죽음 등 우리가 직면하는 위기상황에서 냉정하게 자신을 추스르고 다시 일어서기란 쉽지 않다.

지난 주 우리 양산시민신문이 주최한 ‘이희아 리사이틀’을 관람한 시민들이 한결 같이 느낀 것은 인간승리가 주는 감동이었다고 했다.

집게같은 두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힘차게 두드리면서 사이사이에 객석을 향해 유머로 가득 찬 이야기를 전하는 희아를 보면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지 않은 이는 없었을 것이다.

‘가장 큰 감동을 주는 소재는 실화다’라고 한 영화인이 말했다. 얼마 전 양산등산교실에 초청강사로 출연한 빙벽전문 산악인 박정헌씨는 동료 한 명과 함께 에베레스트 등정 도중 조난돼 사투를 벌인 끝에 구조됐지만 두 손과 두 발 모두 심한 동상을 입어 열 몇 개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절단하는 아픔을 겪은 사람이다. 그 역시 강연에서 삶에 대한 의지와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강조했다.

요즘 우리 사회는 핵가족 시대 과잉보호로 자란 세대가 중추를 이루게 되면서 작은 시련에도 쉽게 무너지는 의지박약한 젊은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다른 사람이나 사회의 탓으로 돌리며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가 하면, 편함만을 추구해 남을 의식하지 않는 무례한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남을 위해 사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안다면 우리 사회가 존재하는 가치가 커질 것이다. 우리 모두가 자신이 지닌 장애와 결핍에도 불구하고 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 줄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진다면 우리 사회의 관계성은 더욱더 강화될 것이다.

‘얻어 먹을 힘만 있어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말은 우리가 가진 몸뚱아리가 어떤 모습이든간에 살아 있다는 경외감이 신성하다는 뜻이리라.

조그만 몸으로 피아노 앞에 앉은 희아가 크게 빛나는 것은 그녀가 가진 맑은 영혼과 하면 된다는 굳건한 믿음의 완벽한 조화라 할 수 있다. 희아가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가 단지 음악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위대함과 사랑의 위대함을 널리 알리는 메세지가 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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