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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연착으로 늦어진 그를 기다린 지 2시간 만에야 해맑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작은 걸음으로 한발씩 걸어 들어오는 그와 눈을 맞추기 위해 키를 낮췄다.
반갑게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모습이 상대방과의 벽을 한순간에 무너트려 버린다. 무대 위에서 춤추는 그녀 “인터뷰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 인터뷰예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거요”
반색을 하며 반기는 얼굴에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몰라 잔뜩 긴장하고 있던 어깨가 편해졌다. 그렇게 그는 첫 만남부터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얼마 전 중국순회연주회를 비롯해 세계장애인대회 초청공연에 이어 양산까지 방문한 터라 피곤할 법도 한데 전혀 아니란다.“피곤하기 보단 너무 즐겁죠. 저는 아마도 타고난 무대체질인가봐요. 공연 전에 긴장하는 법이 없어요. 무대에 서면 신나고 설레거든요. 그 시간을 통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바꿀 수 있으니 피곤할 수가 없죠”팝페라 가수를 꿈꾸다혼이 깃든 연주로 듣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희아는 공연 중에 노래를 자주 부른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곱고 부드러운 음색은 신이 그에게 준 또 하나의 선물이다. 안드레아 보첼리의 팬이라는 그는 어릴 때 꿈이 가수였다. “저는 어릴 때부터 입만 벌리면 노래를 하고 싶어 했고 엄마는 눈만 뜨면 피아노를 더 잘 치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노래는 제가 타고 난 재능이지만 피아노는 손가락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 시작한 노력과 연습의 결정체예요. 피아노뿐만 아니라 제 노래를 통해서도 사람들이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이번 공연에서도 ‘넌 할수 있어’와 ‘놀라운 은혜’, ‘사랑의 노래’를 불러 무대를 감동의 바다로 만들어버린 그다. 신이 주신 기쁨의 싹 ‘희아’“전 손가락이 4개뿐이고 관절이 있는 손가락은 하나 뿐 이예요. 팔관절 조차 없어서 어깨를 이용해 피아노를 치죠. 의사가 피아노를 치면 평생 몸을 못 쓰게 될 수도 있다고 했지만 전 두렵지 않았어요. 엄마와 저는 마르크스의 ‘용불용설’을 믿거든요. 쓰면 진화하고 안 쓰면 퇴화해요. 제 손을 보세요. 열심히 피아노를 치니까 움직일 수 없을 것 같던 손으로 피아노를 치잖아요”그는 네 손가락뿐인 자신의 손을 ‘신이 주신 보물’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좋은 것이 그냥 좋고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기에 입가에 웃음이 떠날 날이 없다고 한다. 그런 그의 이름인 희아(喜芽)는 ‘기쁨의 싹’이라는 뜻이다. 자신의 연주를 듣는 많은 이들에게서 기쁨과 행복의 싹이 돋아났으면 하는 것이 희아의 소박한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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