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했던 천재 방랑시인 김삿갓의 호탕한 성품과 뛰어난 글 솜씨를 지닌 이가 양산에도 있다. 지난달 16일 강원도 영월군에서 열린 제10회 김삿갓 전국휘호대회에서 문인화 부문에 참가한 운파(雲波) 묵전(默田) 남중석(53. 하북면) 선생이 전국의 풍자시인을 물리치고 장원이란 값진 영광을 안았다. 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하고 풍류를 즐기는 남선생은 난고 김병연 선생을 존경해 오래전부터 선생 묘역에 한번 들려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다고. 그러던 차에 김삿갓 전국휘호대회에 제자가 참가하자 응원차 들렸던 길이 덜컥 장원이란 큰 상을 안고 돌아오게 됐다고 말한다. “30년 서예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대회에 나가본 적이 없어요. 사람들 앞에서 글자랑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이번에도 제자를 응원하면서 한잔 걸친 술기운에 붓을 들었던 것인데 얼떨결에 장원을 받게 돼 아직 당황스럽습니다”남선생은 다른 사람이 받아야할 상을 뺏은 기분이라며 부담스러워 하지만 그의 작품을 보면 ‘이게 바로 장원감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는 ‘봉황새가 날아오니 새들이 숨고, 용이 벽해에 나타나니 고기들이 물속에 숨도다’라는 김삿갓의 시 ‘봉황’을 매화 위에 고고한 구관조가 앉아있는 모습으로 표현해 김삿갓의 호탕한 성품을 나타냈다. 안동출신인 남선생은 3대째 서예의 길을 걷고 있는 집안의 6남매 중 막내로 가업을 이어받았다. 한학자인 아버지 밑에서 자연스럽게 글을 읽혔다는 그에게 서예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하고 그렇기에 더 즐기는 일이다. 이제는 다음 생에서도 다시 붓을 들겠다는 다짐을 할 만 큼 천직이 돼버렸다고. “명예와 물질에 욕심을 가지면 그것에 휘둘려 자신을 잃게 된다는 진리를 깨닫고 나니 서예가 평생 제가 걸어야 할 길이란 걸 알았습니다”라며 목젖까지 보이며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 김삿갓과 묘하게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