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기워 입듯 남루로 남은 여일(餘日)
한 줄기 바람을 따라
포말처럼 흩어진다.맹세는 하지 않기로 굳게굳게 맹세했다
풀리는 나사처럼 뜬금없이 빠져나간
얼룩진 내 삶의 화두
이루지 못한 허울뿐, 시평 : 소원 없는 인생이 어디 있고, 맹세 없이 사는 인생 또한 존재할까? 살다보면 남는 것은 허물 많은 허울만 걸친 몰골 그것이 인생이라던가? 김보안 시인의 인생관을 시조라는 정형의 그릇에 오롯이 풀어놓은 정제된 작품이다. 사람 사는 일이 물처럼 흘러가는 것이라고만, 시간이 해결사라고 여기며 살아갈 수 있을까? 후회 없는 삶을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맹세는 신뢰가 바탕이다. 신뢰가 무너지는 현실 속의 모습들로 아파하는 시인의 고뇌를 읽을 수 있다. 김보안은 자신을 겸허히 바라볼 줄 아는 관조의 눈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루로 남은 여일’이라든가 “얼룩진 내 삶의 화두”에서 던지는 이미지가 이를 말해준다고 하겠다.
-김복근(시조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