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갔던 하스미계곡의 강가, 같은 시공의 과거를 공유하면서도 너무나 다른 기억을 추억해내는 두 형제 - 답답한 고향을 뛰쳐나와 사진작가로 성공했지만 무책임하고 제멋대로인 동생 다케루와 시골에 남아 가업을 이어받아 누구에게나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소심한 성격의 형.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 사건의 진상에 관객의 주의를 끄는 척하면서 기실 이 영화는 형 미노루와 동생 다케루의 끊으려고 해도 끊을 수 없는 형제라는 인연의 끈과 그 속에 담겨진 형제간의 애증과 갈등, 질투와 상처를 잔잔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펼쳐나간다.동생 다케루가 고향과 함께 버리고 간 형 미노루가 마음에 두고 있는 치에코, 그 치에코의 죽음은 실족사인가, 미노루에 의한 타살인가. 흔들리는(유레루) 나뭇잎 사이로 다케루가 목격한 흔들리는(유레루) 다리에서 일어난 치에코의 추락사로 두 형제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린다(유레루). 다케루가 목격한 미노루의 내민 손은 치에코를 떠민 살의의 손길인가, 치에코를 잡으려 한 구조의 손길인가. 다케루가 실제 목격한 것이 무엇인지 관객은 알 수가 없다. 다만 형제 각각의 시선에서 본 흔들리는 기억만을 법정 증언을 통해 들을 수 있을 뿐이다. 문제는 직접 목격한 상황 혹은 당사자가 있던 현장의 상황이 진실인가, 진실이라는 확신인가 하는 것이다.처음에는 죄책감에 혐의를 시인하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정연하게 결백을 주장하는 형 미노루, 어느 것이 진실인가?처음에는 형의 무죄를 주장하다 형의 변화에 오히려 유죄 증언을 하는 목격자 동생 다케루, 어느 것이 진실인가? 7년 후 자신의 기억의 굴절을 깨닫고 형에게로 달려가지만 이 또한 진실인가? 아니면 기억의 왜곡인가?영화 끝까지 관객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이 영화는 이런 진실을 밝히는 미스터리 법정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실을 알 수 없는 치에코의 추락사, 격하게 형의 살인을 증언하는 예상치 못했던 반전, 7년 후의 또 한 번의 반전을 통해 시간의 경과와 흔들리는 형제의 마음과 그로 인해 왜곡될 수 있는 인간의 기억이 여류 감독 특유의 정교하고 섬세한 묘사로 전개된다. 다만, 끝에 가서 동생 다케루가 진실이라는 확신으로 한 증언이 형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면서 왜곡된 기억이었다는 것을 어린 시절의 테이프를 보고 깨닫는(이 또한 기억의 왜곡은 아닌지…) 장면은 너무 작위적이다. 같이 공유하는 과거가 현재의 삶에 굴절되어 서로에게 다르게 기억되다가 한 여인의 죽음으로 표출돼 심하게 요동치는 형제 간 갈등은 어떻게든 봉합해야겠지만 이런 결론은 너무 교과서적이다. 영화의 긴장감이 뚝 떨어지는 순간이다. 마지막 장면, 같이 집에 가자고 외치는 길 건너 동생에게 형이 보내는 예의 그 사람 좋은 미소는 무슨 의미였을까.